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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화예술위구로 시대

Posted March. 30, 201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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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의 공연장에는 해마다 1200만 명의 관람객이 든다. 이 가운데 21%는 외국 관광객들이다. 미국인 중에는 뉴욕 주가 아닌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전체 관람객의 42%를 차지한다. 브로드웨이가 연간 756만 명의 외지인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뉴욕에서 꽤 많은 돈을 지출하고 돌아간다. 브로드웨이의 티켓 판매액은 연간 9억 달러(약 1조170억원)에 이른다. 브로드웨이가 창출하는 일자리는 4만4000개, 뉴욕 시에 대한 경제적 기여는 연간 51억 달러(약 5조7600억원)로 집계되고 있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일등공신은 기업이지만 문화도 상당한 몫을 한다. 뉴욕과 함께 세계 공연예술의 양대 메카인 런던은 지난해 1400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런던의 공연산업은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런던 경제를 지탱하는데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도 문화의 경제효과에 눈을 떠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서울 구로구의 제안을 받아들여 현재의 대학로 청사에서 구로 5동으로 내달 6일 이전한다. 구로구는 신도림역 부근에 새로 청사를 건립해 문화예술위에 제공한다.

문화예술위는 전국의 문인과 예술가들에게 연간 800억원의 정부 지원금을 나눠주고 있다. 지역 내에 이런 기관이 이전해 오면 문화예술인들이 많이 찾아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예술 관련 단체들이 근처에 둥지를 틀 가능성이 있다. 인근에 1400석 규모의 뮤지컬 전용 극장이 2012년 개관할 예정이고 공연예술박물관도 문을 열게 된다. 구로구는 이 일대를 서울 대학로처럼 문화예술 거리로 키워갈 계획이다.

구로구는 공장 지대로 유명하다. 여자 공원들의 삶을 그린 이문열의 소설 구로 아리랑의 무대가 된 곳이고, 근로자들이 비좁은 방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것에서 비롯된 닭장촌이라는 말도 이곳에서 생겨났다. 문화적 측면으로는 불모()지대로 불릴 만했다. 문화예술위 이전이 서울에서도 낙후된 서남권 일대에 문화의 향기를 퍼뜨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단의 구로구가 예술의 구로구로 바뀌는 상쾌한 반전()을 반기는 사람이 적지 않을 터이다.

홍 찬 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