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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건희 제2의 신경영 도전과제 많다

[사설] 이건희 제2의 신경영 도전과제 많다

Posted March. 25, 2010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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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전 삼성그룹회장이 어제 삼성전자 회장으로 경영 일선에 돌아왔다. 이 회장의 경영 복귀는 비자금 폭로에 따른 특검 수사로 2008년 4월 22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퇴진을 선언한지 거의 2년 만이다.

이 회장의 복귀는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낙오할 것이라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이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떠났던 2년 전에 비해 오늘의 경제환경은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크게 바뀌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글로벌 경제위기로 확산된 이후 미국의 자존심으로 통하는 제너럴모터스(GM)가 파산했다. 세계 1위 자동차회사인 도요타자동차도 대규모 리콜 사태로 사상 초유의 위기를 겪고 있다. 삼성보다 더 강했던 글로벌 강자들이 속속 쓰러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 사장단은 위기 상황에서 글로벌 사업기회를 선점하려면 이 회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경영복귀를 건의했다. 한달 여 고심하던 이 회장도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무너지는 복귀를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을 굳힌 것 같다. 이 회장은 10년전 삼성은 지금의 5분의 1 크기 구멍가게 같았다. 까딱 잘못하면 삼성이 다시 그렇게 된다고 걱정을 털어놓았다.

1993년 이 회장은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마누라와 자식들을 제외하고 모두 바꾸라며 신경영을 이끌었다. 당시 삼성전자 제품은 미국 시장에서 소니 등 일본 제품에 밀려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매장 뒷 구석에 처박혀 있는 신세였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신경영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1위의 전자업체가 됐다. 하지만 17년만에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이 회장이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 회장의 제2의 신경영 선언이 필요하다. 2008년 삼성그룹의 전체 매출 191조원 가운데 121조원(63%)을 차지하는 전자분야에서 해외 경쟁업체들이 삼성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가전시장을 주도할 만한 제품을 내놓지 못하는 사이에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이나 구글폰이 삼성 제품을 능가하고 있다. 한국이 정보기술(IT) 산업에서 후진국이 될 수도 있다는 IT위기론이 대두되는 실정이다. IT강국의 지위를 되찾기 위해 이 회장과 삼성전자 앞에 과제가 산적해 있다.

삼성은 과거 일본 기업들을 배우면서 따라 잡는데 성공했지만 이제는 거꾸로 일본 기업들이 삼성을 배우면서 추격하고 있다. 삼성이 1위 자리를 지키려면 모방을 넘어 창조의 길을 외롭게 가야 한다. 도요타자동차를 거울삼아 소비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투명경영을 확립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