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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렁에 빠진 대한민국 교육

Posted March. 01, 201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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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 곳곳에 비리의 악취가 코를 찌르고 있다. 일선 교육청의 승진 인사에 뇌물이 오가는가 하면 교육청의 일반 공무원도 각종 공사에서 금품을 챙겼다. 이 일이 벌어진 서울시교육청의 수장()이었던 공정택 전 교육감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어떤 부패 고리가 모습을 드러낼지 주목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상 최대 규모의 교사 결의대회를 추진한다고 한다. 지난해 교사 시국선언 이어 전교조가 이 대회를 통해 다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정치적 공격의 포문을 열게 될 경우 교육현장이 또 한번 먹구름으로 덮일 전망이다. 공교육을 지휘하고 있는 교육청 구성원은 잡상인 수준으로 전락했고 전교조는 정치꾼 집단으로 변질되어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이들을 감시 감독하기는커녕 교육을 정권의 인기를 얻는 수단으로 활용하는데 급급하다. 그러다 보니 실제 정책에서 곳곳에 구멍이 뚫리는 무능함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포퓰리즘적 교육정책은 학력 저하 같은 부작용을 낳으면서 우리 경제발전의 동력이었던 교육경쟁력을 훼손시킬 우려를 낳고 있다. 교육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부패와 정치적 오염, 인기영합을 보면서 대한민국 교육이 깊은 수렁에 빠져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교육 전체가 거대한 병동()으로 바뀐 모습이다.

서울시교육청 비리에 대한 수사는 공정택 전 교육감으로 향하고 있다. 공 전 교육감의 측근은 14억원이 입금된 통장을 사무실 책상에 보관하다가 적발됐다. 2008년 교육감 선거 때 34억원을 썼던 공 전 교육감은 선거 때 그를 도왔던 측근들을 좋은 자리에 보내주는 보은() 인사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들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 14억원은 어떻게 모은 돈인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교육청 비리에 이어 자율형 사립고 입시와 대학의 입학사정관제를 둘러싼 부정 의혹이 연쇄폭탄처럼 터져 나왔다. 자율형 사립고와 입학사정관제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학교자율 확대 및 사교육억제 대책의 일환으로 강력하게 추진해왔다. 이렇게 허점이 숭숭 뚫려 있다면 정부의 교육정책 전체가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 그러나 이번 의혹은 정부 스스로 허술한 대응으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

자율형 사립고 입시에서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에서 저소득계층이 아닌 학생이 합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러나 사회적 배려자 전형과 관련된 규정에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자녀 이외에 기타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 가운데 학교장이 추천한 자라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이에 따라 중학교 측은 부모의 사업 실패 등으로 갑자기 경제사정이 나빠진 학생을 추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일차적인 잘못은 모호한 규정을 만든 교육과학기술부에게 있다. 그럼에도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25일 정부가 좋은 의도로 만들어 놓은 제도를 악용한 교장과 책임자를 엄중 조치하고 학부모도 이런 것을 악용하면 당연히 고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책임을 학생 학부모 학교에게 떠넘기는 발언이다.

정부가 강력히 대학 측에 요구해온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도 일부 수험생이 수상경력 등을 부풀리거나 조작해 서류를 제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입학사정관제 자체가 주관적 전형방식으로 평가기준에 대한 논란을 일을 수 있는 제도인데도 안 장관은 26일 이번 입학사정관제 운영 결과를 보니 제도를 남용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면서 너무 놀랍고 대학의 의지에 감탄했다고 자화자찬하기에 바빴다.

정부가 이처럼 현실을 도외시한 자기도취와 폐쇄주의에 빠져 있는 사이 전교조는 5월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역대 최대 규모로 교사 결의 대회를 갖기로 했다. 지난해 두 차례 걸쳐 있었던 시국선언에 이어 정부를 비판하기 위한 3차 시국 선언에 해당하는 집단행동으로 볼 수 있다. 또 교육감 선거가 포함된 지방선거에 영향력을 미치기 위한 정치적 위력 행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와 수사당국은 비상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동안 교육계 비리가 표면화되지 않았던 이유는 학부모 학교 교육청 등 교육 주체들이 함께 연결돼 있는 문제여서 수사당국이 적극적인 수사의지를 보이지 않았던 때문이다. 환부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난 이상 교육계 비리를 발본색원한다는 각오로 과감하게 메스를 가해야 한다.

정부는 전교조에 대해서는 법치의 원칙에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부작용이 예상되는 입학사정관제 같은 정책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말고 점진적으로 정착시키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어제 정운찬 국무총리는 3불 정책에 대한 완화방침을 시사했다. 그동안 정부는 구시대적 산물인 3불 정책의 완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 정부 내에서 조율이 된 상태에서 실천의지를 갖고 한 발언인지 궁금하다. 정부는 이제라도 자율과 경쟁을 중시하겠다고 공약했던 대통령 선서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교육정책을 처음부터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