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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은 말랐는데 눈물은 마르질 않아

Posted December. 15, 2009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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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내리자마자 터져 나오는 울음을 간신히 삼켰다. 청주 석 잔에 절 두 번. 방향도 없이 모래톱 위에 놓은 북어 한 마리에 대고 두 번째 절을 하던 부인들이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어이 하나, 가지 말라고 할 것을, 불쌍한 우리 남편, 불쌍한 우리 아들.

결국 김선미 씨(36)가 통곡했다. 한지연 씨(40)와 이경화 씨(38)도 따라 울었다. 13일 오후 경기 연천군 미산면 임진교 하류 2km 지점 모래섬. 97일 전인 9월 6일 오전 5시경 이곳에서 이경주 씨(38)와 아들 용택 군(9), 서강일 씨(40)와 아들 우택 군(12) , 백창현 씨(39) 등 5명이 텐트를 치고 야영하다 북한의 갑작스런 댐 방류로 불어난 강물에 휩쓸렸다. 하류 비룡대교 인근에서 낚시를 하던 김대근 씨(39)도 떠내려갔다. 수마는 이들을 사랑하는 가족과 갈라놓고 말았다.

용택 군의 어머니인 김 씨, 서 씨의 아내 한 씨, 백 씨의 아내 이경화 씨는 사고 이후 이날 참사 현장을 처음으로 찾았다. 사고 뒤에도 현장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하던 부인들은 기자가 이곳을 찾는다는 얘기를 듣고 남편과 자식이 마지막 머물렀던 곳인데 한 번은 가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따라 나섰다.

겨우 이만큼인데, 이것을 못 건너다니. 넓고 평화로운 모래섬에서 부인들이 가슴을 쳤다. 사고 당시에는 물에 완전히 잠겨 거센 물살에 서 있을 수가 없었고 강둑까지 수십m 거리였지만 지금은 물이 발목에도 차지 않을 정도로 얕고 강물 폭도 7m정도에 불과했다.

통곡은 모래톱에 부은 술의 흔적이 희미해질 무렵에야 잦아들었다. 부인들은 임진강물을 향해 용택아, 한솔 아빠 우택 아빠 창현 씨라고 짤막하게 망자()들의 이름을 불렀다. 찬 바람에도 부인들은 외투를 여미지 않았다.

사건이 난 지 100일이 다 되어가지만 남은 가족들의 고통은 갈수록 심하다. 우택 군은 사고 뒤 외상성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아버지 서 씨는 우택 군을 아이스박스에 태워 강가로 밀어내 살린 뒤 자신은 물길 속으로 사라졌다. 우택 군은 그런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그대로 지켜봤다. 아빠가 엄마한테 나를 선물로 줬나보다고 어른스러운 척을 하다가도 갑자기 표정이 침울해지며 우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 어머니는 가슴이 미어진다고 한다.



조종엽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