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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비행기 좌석

Posted December. 10, 200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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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위기가 터진 직후였던 작년 10월 뉴욕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들은 임직원 해외 출장 때 이코노미석(일반석)을 타도록 엄명을 내렸다. 메릴린치와 JP모건은 비행시간이 3시간 이내인 해외출장 때, UBS는 5시간 이내 비행인 경우 이코노미석을 타도록 했다. 삼성전자도 종전 비즈니스석을 탔던 상무급 임원에게 이코노미석을 이용토록 출장 규정을 바꿨다. 20시간 이상 비행하는 경우엔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 있으나 실제 20시간 이상 비행하는 출장은 거의 없다. 돈 잘 버는 세계적 기업들도 경비 절감에 나선 것이다.

지난달 12일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 차 방한한 알란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은 이코노미석 항공권을 예약했다. 뉴욕에서 도쿄까지 일본항공(JAL) 이코노미석 비행기표를 끊었으나 JAL이 국가원수 예우차원에서 비즈니스석으로 올려줬다고 한다. 도쿄-서울 항공편도 이코노미석을 예약했다고 한다. 씀씀이를 아끼는 검소함도 힘이 됐는지 가르시아 대통령은 1985년 35세에 대통령에 선출됐다가 21년만인 2006년 재선에 성공했다.

일본 국회의원들은 비행기의 퍼스트클래스(1등석) 좌석을 이용하지 못하게 됐다. 집권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간사장은 7일 사민당 국민신당 등 연정 파트너 정당의 간사장들과 국회의원 해외 출장 시 비즈니스석을 타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 개혁 관련법안에 합의했다. 개혁안은 의원들이 방문국의 대사관 등 재외공관으로부터 차량 지원이나 식사 등의 접대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정부도 기업도 예산을 아끼는 터에 의원들만 호사를 부릴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장관급 대우를 받아 일등석을 탄다. 공직자로서 공무 중에 일등석을 타는 사람은 장관급 이상과 국회의원 정도다. 게다가 의원들은 해외 출장지에서 현지 대사관의 차량 지원을 받는 일이 많다. 외무 공무원을 공항 영접이나 길 안내에 부려먹고 국민 세금을 촌지로 나눠주기도 했다. 국민은 자신들이 낸 세금을 잘 감시하라고 300명에 가까운 국회의원을 두고 있다. 하지만 눈을 부릅뜨고 낭비를 막아야할 의원들이 예산 심의를 뒷전으로 밀어놓고 세금을 축내고 있다. 하기야 선거 때마다 이런 의원들을 뽑아 놓았으니 누굴 탓할 수 있을까.

박 영 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