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한미 FTA, 차추가 논의하려면 농업 서비스도 해야

[사설] 한미 FTA, 차추가 논의하려면 농업 서비스도 해야

Posted November. 20, 2009 08:47,   

ENGLISH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관련해 자동차가 문제가 된다면 다시 이야기할 자세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자동차 분야 재협상 주장이 이어지고 있는 터에 이 대통령이 재론() 가능성을 밝혀 비준 과정에 변수로 떠올랐다. 이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어제 정상회담에서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FTA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두 정상이 한미 FTA의 경제적 전략적 중요성을 재확인하기는 했지만 비준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줬다.

한미 FTA는 14개월간의 힘든 협상 끝에 탄생한 양국 공동의 성과물이다. 협상이 타결된 지도 2년 5개월이 지났다. 원칙적으로는 합의안대로 양국의 비준절차를 거쳐 발효되는 게 맞지만 미국 사정으로 추가논의가 필요하다면 기존 협정의 틀을 흔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미세조정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 대통령의 발언도 근본적 재협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FTA 비준을 가로막는 장애로 미국의 대()아시아 무역 불균형을 언급했다. 그는 불균형이 한국과의 관계에서는 두드러지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아시아를 한 묶음으로 보는 관행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흑자는 각각 3000억 달러와 700억800억 달러나 되는 데 비해 한국의 대미흑자는 80억 달러에 불과하다. 미국이 한국 투자기업이나 서비스업 분야에서 벌어가는 돈을 고려하면 전체적으로는 균형에 가깝다. 미국이 무역 불균형을 내세워 FTA 추가 논의를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미국의 자동차업계처럼 한국에서도 농업과 서비스 분야에서는 한미 FTA에 불만이 많다. 만약 미국이 자동차 분야에서 양보를 요구한다면 농업과 서비스 분야에서는 한국의 요구를 수용해야 양국이 모두 득을 보는 윈윈 협상이 가능하다는 점을 미국은 인정해야 한다.

한미 정상은 서로를 친구라고 부르며 돈독한 우애를 과시했다. 정상들의 친밀한 관계는 양국 협력을 위한 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FTA와 북핵 문제 같은 주요 현안이 답보 상태에 머무른다면 정상 간 친분과 신뢰가 빛을 잃을 수밖에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스티븐 보스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다음달 8일 평양에 보내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 대통령을 친구로 여긴다면 양인 간의 합의인 6자회담을 통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북핵폐기 원칙을 북에 분명히 주지시키라고 보스워스 대표에게 지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