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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간 강대국

Posted October. 27, 2009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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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진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5월 출간한 공저 지속가능한 한국 발전모델과 성장동력에서 한국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강중국() 모델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일 한국의 인구는 남한 4800만명에 북한 2200만명을 합쳐 7000만명 규모이므로 강소국() 모델보다는 프랑스 독일 같은 강중국 모델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강소국 모델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001년 처음 제안한 것으로, 인구 규모가 2000만 명 미만인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스위스처럼 수출 산업에 집중해 작지만 강한 나라를 만들자는 발전 모델이다.

아시아경제 전문 칼럼니스트인 필립 보링은 24일자 뉴욕타임스 지에 한국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중간 강대국(middle-ranking power) 역할로 옮겨가고 있다고 썼다. 보링은 한국의 부상()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여주는 요소로 유엔사무총장 배출, 내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제통화기금(IMF)에서 투표권 확대 추진 등을 꼽았다.

보링은 지난해 10월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지에 쓴 칼럼에서 한국 경제에 대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경고를 남발하는 일부 서방 언론의 태도를 비판할 만큼 한국에 우호적인 인물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24분기 2.6%의 성장률을 달성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보링뿐 아니라 적잖은 외국 언론과 국제적 권위를 가진 평가기관들이 한국을 부쩍 후하게 평가해주는 것을 우리가 너무 낮춰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 일부 경제 지표만 믿고 들떠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의 충고다. 이달 중순 방한했던 제임스 아담스 세계은행 수석부총재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단기적으로 수출과 산업생산이 V자형 회복을 보이고 있지만, 자만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특히 한국의 힘이 부각될수록 일부 국가에서는 한국기업의 저돌적 스타일과 자원탐식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민간 부문에서 세심한 고려와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박 성 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