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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은 국제 제의 화답하고, 중은 국제 공조 우선해야

[사설] 북은 국제 제의 화답하고, 중은 국제 공조 우선해야

Posted October. 02, 200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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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30일 우리 정부의 그랜드 바겐 제의에 대해 우리가 그 누구와 관계정상화를 하고 경제적 지원이나 받으려고 그 따위 얼빠진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며 일축했다. 심지어 박길연 외무성 부상은 지난달 28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동안 핵무기의 관리와 사용, 전파(확산) 방지와 핵군축 문제에서 책임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이 핵 폐기는 고사하고 이젠 노골적으로 핵보유국 행세를 하고 나섰다.

이틀 뒤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북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상회담을 갖고 이른바 104 정상선언을 발표한 지 2주년이 된다. 이 선언에는 남북경협을 비롯해 우리가 부담해야 할 짐이 산더미처럼 담겨 있다. 소요 비용만도 14조3000여억 원으로 추산된다. 남한 경제의 36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북의 경제 규모를 고려한다면 그야말로 돈벼락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임기 종료 4개월여를 앞두고 차기 정권에 엄청난 부담을 떠안긴 선언이다. 민족의 재앙이 될 수도 있는 북핵에 대해선 한마디 언급조차 없고 우리에게 일방적 부담만 안긴 이런 선언을 차기 정부가 액면 그대로 물려받을 수는 없다.

6자회담 관련국들과의 조율을 거친 그랜드 바겐은 북의 핵 폐기와 북이 원하는 모든 것을 맞바꾸자는 제안이다. 대규모 경제적 지원과 북-미 관계정상화, 나아가 김정일 체제의 보장까지 담고 있다. 방한한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은 북한이 (6자회담에) 호응한다면 엄청난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북이 이를 거부한다면 국제사회의 혹독한 대북 제재를 피할 수 없다. 북은 현명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46일 방북 기간에 북과 경제 무역 교육 관광 분야에서 일련의 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한다. 말이 협정이지 경제 원조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2005년 10월 후진타오 주석이 방북했을 때도 20억 달러 상당의 원조를 해준 바 있다. KOTRA에 따르면 작년 북의 교역 규모는 38억2000만 달러(남북 간 거래 제외)로 그중 73%가 중국과의 거래였다.

북에 영향력이 큰 중국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국제사회의 북핵 폐기 공조가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중국의 대북 지원은 어떤 경우에도 국제 공조를 유지하면서 북의 핵 폐기를 실질적으로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