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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매관매직인가

[사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매관매직인가

Posted August. 29, 2009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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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그제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이춘성 전 충북지방경찰청장(치안감)이 부하 경찰관 이름으로 관리하는 차명계좌 20여 개에서 수년간 30억 원대의 돈이 입출금된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경찰 인사 철에 한꺼번에 수천만원씩 총 12억여 원이 이 치안감의 차명계좌에 입금됐음이 드러났다. 검찰은 자금 출처를 캐기 위해 전 울산지방경찰청 소속 경정 J 씨 등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어 조만간 매관매직()의 적나라한 실상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 조직에서는 인사 철만 되면 온갖 연줄과 정보력을 동원해 로비를 한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돈으로 자리와 계급을 사고파는 행태가 남아 있으리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경찰의 매관매직 비리에 경종을 울려야 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토착 비리와 권력형 비리의 단호한 척결 방침을 강조했다. 일선에서 법집행을 하는 경찰의 매관매직 비리는 토착 비리와 권력형 비리를 조장할 수밖에 없다. 거금을 주고 자리를 사면 그 비용을 어디서 충당할 것인지는 불문가지()다.

경찰 뿐 아니라 다른 공직분야에도 매관매직이 성행한다. 올 6월에는 익산시 박모(57) 국장이 승진 직후 시 실세 인사에게 승진 대가로 3000만원을 준 혐의(뇌물공여)로 검찰에 구속됐다. 올 5월에는 홍사립 서울 동대문구청장이 부하 직원으로부터 인사청탁과 함께 뇌물 32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면서 그날자로 구청장직을 내놓았다. 앞서 김효겸 관악구청장도 인사 비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구청장 직무가 정지됐다.

지방자치단체 주변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자금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공직사회가 과거에 비해서는 투명해졌다고 하지만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및 지방의원 후보 사이에 금품 및 이권이 오고가는 비리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올해 상반기 금품요구와 이권개입, 복지예산 횡령 등 부정부패로 구속된 공무원 116명의 혐의는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 공무원이 토착세력과 결탁해 지역 이권사업에 개입한 구조적 비리였다.

21세기 선진국으로 나아가자면 공직사회를 둘러싼 부패한 먹이사슬 고리부터 하루 속히 단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