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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경제 속속 기력 회복 각국 수렁 더이상 없을것 공감

실물경제 속속 기력 회복 각국 수렁 더이상 없을것 공감

Posted August. 08, 2009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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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각국의 자산시장만이 아니라 실물경기지표들도 뚜렷한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어서 회복 속도에만 이견이 있을 뿐 더 깊은 난국에 빠지진 않을 것이라는 데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100년 만의 위기가 이처럼 불과 1년도 안 돼 수습되는 조짐을 보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금융시장 넘어 실물경제도 회복 신호

금융시장의 위기국면은 이미 올 4, 5월 증시 등 자산시장이 본격적으로 반등하면서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각국 정부 및 금융회사들의 심각한 유동성 위기나 증시 폭락세 등의 긴급 상황은 이때쯤 벗어났다는 뜻이다. 지난해 말 동시다발적 금리인하로 출발해 올 4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로 완성된 국제공조체제는 금융위기 탈출의 일등공신이었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만 회복의 싹이 자랄 뿐 실물경기 침체라는 짙은 그림자는 여전히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금융이 아닌 실물 차원의 회복신호는 최근 들어 세계 각지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가장 관심을 끈 것은 미국 부동산 지표였다. 지난달 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5월 미국의 20개 대도시 지역의 집값지수가 전달보다 0.5% 올랐다고 발표했다. 2006년 7월 이후 무려 34개월 만의 첫 상승세(전달 대비). 외신들은 이번 위기의 원인이었던 주택가격 하락세가 마침내 진정되고 있다는 신호라며 환호했다.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도 당초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훨씬 좋은 1.0%로 확정 발표되면서 기대감에 불을 지폈다. UBS와 무디스 등도 미국의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줄줄이 상향 조정했다.

이번 금융위기로 세계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일본 경제도 꿈틀거리고 있다. 일본의 2분기 산업생산지수는 전분기보다 8.3% 상승해 1953년 이후 최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일본 재무성도 아직은 심각한 상황이지만 일부 지역에서 회복 기미가 보인다며 한층 낙관적인 경기 전망을 내놓았다. 유럽도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가 5개월 연속 상승하는 등 하반기 전망이 밝아졌다. 경제조사기관 IHS글로벌인사이트는 유럽 경제가 올해 말 이전, 빠르면 3분기부터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과도했던 공포심리의 정상화 측면도

일부 전문가들은 이처럼 세계 경제가 예상보다 빨리 기력을 되찾은 이유로 다소 힘 빠지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마디로 최근의 회복세가 이상하다기보다는 작년의 추락 예상치가 과도했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5일자 칼럼에서 기업들이 지난해 엄청난 충격에 대응해 상품 재고를 과도하게 줄였는데, 이것이 실수였음이 이제야 증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외 기업들은 수요 급감을 예상해 지난해 말과 올 초에 걸쳐 생산량을 20% 이상 줄였지만 지금은 의외로 소비심리가 일찍 되살아나면서 멈췄던 공장을 다시 돌리느라 바쁘다. 지난해 위기가 과거의 경제위기와 매우 다르고 거대한 양상으로 나타나자 당시 기업과 투자자들의 공황심리가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나타났던 현상이다.

또 하나의 이유로는 위기에 맞선 정부 대응과 국제 공조가 예상보다 철저하게 이뤄졌다는 점이 꼽힌다. 위기 초반 각국의 통화정책 공조는 금융시장의 파국을 막았고, 국가별로 잇달아 나온 경기부양책은 실물경기 회복을 가속화했다. 한국투자증권 전민규 이코노미스트는 작년의 공포감이 너무 심했다 싶어 반등하는 면도 있지만 그보다도 각국 정부가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충격요법을 일제히 쓰면서 시장이 빠르게 살아났다고 설명했다. 중국 등 세계 경제의 새로운 기관차로 부상하는 신흥 대국들의 빠른 회복세가 위기 수습의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도 많다.

위기 수습 이후 후유증 우려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현재 글로벌 경제상황에 대해 지난해 위기 발생 초기에 우려했던 만큼의 급속한 추락은 이제 없을 것으로 보지만 몇 가지 위험요인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이 꼽고 있는 가장 큰 위험요인은 각국의 재정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각국에 재정적자가 쌓이면 쌓일수록, 경기의 지속적이고 빠른 회복이 이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비록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위기 상황은 넘겼지만 잠재성장률이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복귀하긴 어려울 것이란 뜻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과 일본의 올해 재정적자 규모가 각각 국내총생산(GDP)의 13.6%, 9.9%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밖에 보호무역주의 대두와 국제공조 약화, 동유럽 또는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발() 위기 가능성 등도 남은 과제로 꼽힌다.

삼성경제연구소 박현수 수석연구원은 정부의 재정부담이 한계에 이르면 민간에서 이를 받아줘야 하는데 그에 대한 우려가 많다며 한국 등 신흥시장에서도 지나친 기대심리로 주가가 과도하게 오르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미국 경제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그동안의 주택가격 하락, 실업률 상승이 소비를 위축시켜 2010년 1분기에 미국 경제가 재차 하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오르는 듯하다가 다시 꺾이는, 이른바 더블딥(Double Dip)에 대한 우려다.



유재동 이세형 jarrett@donga.com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