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식량난 북한 외식에 눈 뜨다

Posted July. 27, 2009 07:26,   

ENGLISH

평양에 북한 최초의 패스트푸드 전문점이 지난달 초 문을 열었다고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가 25일 전했다. 아사자가 속출하는데도 햄버거와 와플을 파는 패스트푸드점이 문을 연 속사정은 무엇일까.

북한의 속성음식센터(패스트푸드점)

평양 모란봉구역 긴마을 2동의 한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이 패스트푸드 전문점의 명칭은 삼태성청량음료점. 북한에선 패스트푸드를 의미하는 용어가 없었는데 이 전문점이 생기면서 이런 음식점을 속성음식센터로 부르게 됐다는 것이 이 신문의 설명이다. 이 전문점은 싱가포르 기업과 합작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싱가포르 기업은 돈만 대고) 노력(인력)과 원자재는 북한에서 해결하고 있으며 북한 주민의 구미에 맞게 맛도 개량했다고 한다.

차림표(메뉴)에는 다진 소고기와 빵(햄버거), 구운빵지짐(와플)이 주메뉴로 올라 있다. 100% 광어로 만든 다진 물고기와 빵, 남새(채소)와 빵뿐 아니라 다진 소고기와 빵+감자죽+김치와 같은 정식 메뉴도 있다. 음료로는 각종 탄산물(사이다로 추정)과 금강생맥주가 제공된다. 오전 11시오후 9시 영업하며 20대 여성 위주의 종업원 15명이 요리와 서빙을 함께 한다고 한다.

가격은 인민들이 편안히 먹을 수 있는 수준에서 책정됐는데 다진 소고기와 빵이 북한 돈 190원, 금강생맥주가 76원에 불과하다고 이 신문은 전한다. 북한 장마당에서 쌀 1kg 가격이 1900원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싼 가격이다. 그러나 평양에서는 가격이 싼 식당에는 별도로 공급표라는 것이 있어서 이것을 얻지 못하면 돈이 있어도 식당에 갈 수 없다. 공급표는 높은 가격에 암표로 거래된다. 이번에 문을 연 삼태성청량음료점도 공급표가 있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외식에 눈을 뜨다

거리마다 식당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남한과는 달리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북한에는 큰 도시조차 식당이 몇 개 없었다. 평양 옥류관이나 청류관 등 몇몇 유명 음식점을 제외한 나머지 식당은 맛과 서비스에서도 큰 차이가 없었다. 국영식당에선 손님이 많거나 적거나 상관없다 보니 경쟁적으로 음식의 질을 향상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식량 200g을 의미하는 량표와 북한 돈 1원 정도만 있으면 누구나 어떤 식당에서도 밥을 사 먹을 수 있었다. 돈 있는 사람들을 위한 고급 식당은 존재하지 않았다. 외식이란 개념은 거의 없고 식당은 객지에 나온 사람들이 밥을 먹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고 사회주의 평균 분배체계가 완전히 붕괴된 뒤 바뀌기 시작했다. 개인들이 먹고살기 위해 장마당에서 음식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으며 개인이 운영하는 식당도 등장했다. 장사로 돈을 번 계층을 위한 고급 식당들도 생겨났다. 손님은 으레 집에서 대접해야 하는 줄 알았던 북한 사람들에게 돈만 있으면 어떤 음식이든 사서 접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자연히 외식개념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번창하기 시작한 식당은 이제 잘사는 사람은 계속 갈 수 있지만 못사는 사람은 갈 수 없는 부익부 빈익빈의 상징으로 변했다. 식당이 늘면서 손님을 끌기 위한 맛과 서비스 경쟁도 치열해졌다. 특히 부자가 많은 평양에는 고급 음식점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났다. 국가 기관들이 중국, 싱가포르 등 외국은 물론이고 남한 업체까지 끌어들여 돈을 벌기 위해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주목되는 점은 세계 유명 음식 보급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독려를 받고 있다는 것. 실례로 햄버거와 코카콜라는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북한에서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음식으로 여겨졌지만 2000년대 초반 김 위원장의 지시로 햄버거 대량생산 시스템이 구축됐다. 이런 분위기라면 평양에 코카콜라가 등장하는 것도 시간문제이다.

한편 3월에는 평양에선 피자와 스파게티를 전문적으로 파는 이탈리아 요리전문점이 문을 열었고 북한 유일의 종합전문식당가라고 할 수 있는 창광거리 음식점들이 최근 리모델링 공사를 마쳤다. 남한 음식도 예외는 아니다. 1년 전 평양에서 문을 연 남한 닭요리 프랜차이즈 맛대로촌닭은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평양 대성산 기슭에는 전주비빔밥 집이 세워지고 있다.



주성하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