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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건설현장 사망자들 북 인수 안해 가매장 급증

러 건설현장 사망자들 북 인수 안해 가매장 급증

Posted July. 14, 200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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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눈길도 주지 않는 짐승 같은 죽음이죠.

12일 러시아 모스크바 근교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북한 노동자들은 이국에서의 동료들의 죽음을 이렇게 한탄했다. 이들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러시아에서 숨진 노동자들을 현지 가매장지에 장기간 방치하고 있다. 탈북자 김모 씨(46)는 5년 전 모스크바 근교에서 폐렴으로 숨진 동료 최모 씨의 묘지 주위를 둘러봤더니 북조선 노동자 가매장지가 당시보다 4배나 늘었다고 털어놓았다.

러시아 병원들은 북한 노동자가 작업 현장에서 숨질 경우 시신을 인근 병원 영안실에 임시로 안치했다가 북한 당국의 인수 의사가 없으면 병원 인근지역에 가매장하고 있다. 한 병원 관리는 가매장 뒤에도 인수 의사가 없으면 3, 4년 뒤 큰 구덩이를 다시 파 유골을 한꺼번에 모아둔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3년째 일하는 탈북자 이모 씨(43)는 러시아 병원과 근로감독청이 시신을 북한으로 보내려 해도 북한 당국이 운반요금을 내지 않아 문제가 꼬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죽어서도 가족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짐승처럼 묻히는 것이 러시아에 나와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운명이라며 울먹였다.

이날 최 씨의 기일을 맞아 동료들과 함께 모스크바 동쪽 길거리에서 보드카를 마시던 탈북자들은 최근 북조선이 보내는 노동자들이 크게 늘어 러시아 땅에서 숨지는 동무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노동청 등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로 송출된 북한 노동자는 3만여 명이었다. 탈북자들은 5년 전까지만 해도 동무들이 간염 폐렴 등 지병 때문에 많이 숨졌지만 최근에는 작업장 사고로 숨지는 경우가 많아 러시아와 북한 당국이 사고 수습 책임을 서로 미루기도 한다고 전했다.

북한 노동자 사망과 시신 인수를 둘러싼 마찰이 끊이지 않자 러시아 의회는 올 5월 임시 근로자에 관한 러시아-북한 조약을 비준했다. 이 조약은 근로 현장에서 숨지는 북한 노동자를 북한 보위국 등 근로자 인솔 책임자가 이송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모스크바에서 일하는 탈북자들은 조약이 발효됐어도 북조선 당국이 시신 운반비를 내지 않아 동료들의 주검이 조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말했다.



정위용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