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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쟁식물 국회가 예산편성 차질 부른다

[사설] 정쟁식물 국회가 예산편성 차질 부른다

Posted June. 17, 2009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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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각 부처의 예산 담당 공무원들이 요즘 고민에 빠졌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각 부처별 예산요구안을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에 제출해 다음달부터 관계부처 협의에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정치권의 직무유기가 초래한 혼선과 법리적 모순 때문에 예산안 편성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재정부는 교통세 교육세 농어촌특별세 등 3개 목적세를 없애 내국세인 개별소비세에 흡수하고, 대신 개별소비세율을 올리는 내용의 법안들을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했다. 복잡한 세제()를 간소화하고 재정운용의 경직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 가운데 교통세 폐지법안과 개별소비세율 인상법안은 올해 1월 국회에서 통과됐다.

그러나 일부 의원의 반발로 교육세 폐지법안은 상임위에서, 농어촌특별세 폐지법안은 본회의에서 계류된 상태다. 법안 성격상 패키지로 묶여 처리돼야 할 4개 법안 가운데 2개는 통과되고, 2개는 유보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말로는 민생과 경제를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정쟁()에 몰두하는 식물 국회 때문에 이런 모순이 다섯 달이나 이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 가는 지방교부금은 내국세의 19.24%로 규정돼 있다. 3개 목적세 가운데 몇 개가 없어지느냐에 따라 내국세 총액과 교부금 규모는 달라진다. 이러다가는 세입 규모도 정하지 못한 채 재원 배분을 해야 할 판이다. 재정부 당국자도 지금으로서는 시나리오별로 여러 상황을 가정해 내국세 총액을 산출한 뒤 나중에 조정할 수밖에 없어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3개 목적세 폐지를 전제로 개별소비세율을 올리기로 한 법안이 통과됐는데 2개 목적세는 없어지지 않아 법리적 문제도 있다. 이를 해소하려면 남은 2개 목적세를 폐지하거나, 아니면 개별소비세율을 다시 낮추는 입법조치가 필요하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건지, 모르는 건지 천하태평이다.

국회는 공기업인 산업은행을 민영화하고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를 통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매년 1월에만 공공기관 지정과 해제를 하는 공공기관운영법은 개정하지 않았다. 이대로 두면 하반기에 산은을 민영화해 산은지주를 출범시켜도 법률상으로는 계속 공공기관으로 남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질 판이다.

경기()를 살리기 위한 재정 확대와 감세()로 재정건전성이 흔들릴수록 나라살림을 건전하게 챙기는 꼼꼼한 예산 편성이 중요하다. 그런데도 국회는 예산편성의 불확실성을 줄이기는커녕 더 키우고 있다. 여야는 목적세 관련 법안에 대한 조속한 결론을 내려 예산 편성의 걸림돌을 제거하고 법리적 모순을 해소해야 할 책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