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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 전개 과정 한심하다

[사설]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 전개 과정 한심하다

Posted May. 19, 200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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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나라당의 관심은 이틀 앞으로 다가온 원내대표 경선에 쏠려 있다. 원내대표 경선은 황우여 의원이 친박(친 박근혜)계의 최경환 의원을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 후보로 영입함으로써 안상수-김성조 후보 조, 정의화-이종구 후보 조와 더불어 3파전으로 굳어졌다. 앞으로 1년간 집권 여당을 이끌어갈 원내 사령탑을 선출하는 일이니 관심이 큰 것은 당연하지만, 그 전개 과정은 일말의 우려를 자아낸다.

각 원내대표-정책위의장 후보 조가 나름의 공약을 내걸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내일은 후보 정책토론회도 개최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그야말로 장식품이요, 요식행위 같아 보인다. 경선의 진짜 관심은 친이 계가 어떻고, 친박 계가 어떻고 하는 당내 역학구도와 당 지도부 및 실세()들의 의중에 쏠려 있다. 황 의원이 최 의원과 손잡은 것을 두고 무성한 추측이 난무하는가 하면 심지어 일부에서는 박희태 대표와 이상득 의원을 겨냥해 보이지 않는 손이 경선을 왜곡하고 있다고 공박하기도 한다. 무산된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 카드의 대안 아니냐는 의혹 제기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식으로 원내 지도부 경선이 전개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한심한 일이다.

여당의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은 의정활동을 통해 정권의 목표와 정체성을 구현해나가는 야전 사령관이나 마찬가지이다. 일선에서 소속 의원들을 진두지휘해야 하고, 야당을 상대로 교섭과 협상을 해나가면서 필요할 땐 치열한 전투도 벌여야 한다. 정부와의 정책 조율을 통해 가능하면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정책 조합을 만들어내는 것도 그들의 몫이다.

그렇다면 이런 일을 감당해낼 수 있는 리더십과 정치력, 국회운영 능력, 대야() 협상력을 갖췄는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것이 정상적인 경선일 것이다. 후보들도 국회와 당을 이끌어갈 비전과 방법을 놓고 경쟁을 벌여야 마땅하다. 더구나 명색이 정권을 수임 받고, 원내 의석의 57%인 170석을 차지하고 있는 집권 여당의 원내 지도부 경선이라면 뭔가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소인국의 소인 정당 같은 행태나 보이고 있으니 한심하다는 것이다. 당내 화합이 덜 중요하다거나 누가 어떻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행여 한나라당이 소임()을 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지금 한나라당은 정권의 황금기라 할 수 있는 집권 23년 차에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 결과로서 집권의 정당성을 보여주고 국리민복에 기여하는 산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당 지도부가 앞장서고, 소속 의원들이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바탕으로 공감대를 형성해 뒷받침할 때 비로소 집권 여당의 정치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원내 지도부 경선이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