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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울리는 투수 강타자들

Posted April. 27, 2009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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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라고 얕보다간 큰코다친다. 필라델피아 박찬호가 홈런을 쳤다. 26일 플로리다와의 방문 경기에 선발 등판한 그는 0-0이던 3회 1사 첫 타석에서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선제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LA 다저스 시절이던 2000년 2개를 기록한 이후 8년 7개월 만의 통산 3호 홈런.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16시즌 동안 420타수 76안타(타율 0.181)에 27득점 31타점을 올렸다.

메이저리그에는 마운드와 타석에서 동시에 두각을 나타낸 선수가 많다. 원조격인 선수가 영원한 홈런왕 베이브 루스. 1935년 은퇴할 때까지 통산 714개의 홈런을 때린 그는 1916년 평균자책 1위(1.75)에 오르면서 이듬해까지 2년 동안 47승(25패)을 거둔 특급 투수였다.

메이저리그(아메리칸리그)가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한 것은 1973년이다. 타격이 떨어지는 투수 대신 강타자를 한 명 더 출전시켜 공격적인 야구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필라델피아가 속한 내셔널리그와 일본 센트럴리그는 여전히 투수에게도 방망이를 잡게 하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매년 포지션별 최고 타자에게 실버슬러거상을 준다. 지명타자가 없는 내셔널리그에선 당연히 투수 타격왕을 뽑는다. 지난해에는 카를로스 잠브라노(시카고 컵스)가 타율 0.337에 4홈런, 14타점으로 수상자가 됐다. 19992003년 5년 연속 수상한 마이크 햄턴(휴스턴)은 통산 타율 0.240에 15홈런, 73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 밖에 톰 글래빈(애틀랜타), 돈트렐 윌리스(디트로이트)도 상대 투수가 두려워하는 투수 강타자다.

신일고 시절 투타에서 맹활약했던 봉중근(LG)은 내셔널리그에서 뛰긴 했지만 등판 기회가 많지 않아 11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김병현은 애리조나 시절 마무리로 뛰었기 때문에 타석에 설 기회가 거의 없었다. 통산 153타수 19안타로 타율 0.124. 지난해부터 일본 센트럴리그에서 뛰고 있는 야쿠르트 임창용 역시 마무리 투수라 아직 타석에 선 적이 없다.

국내 프로야구는 출범부터 지명타자제를 도입했지만 방망이를 잡은 투수는 꽤 있다. 김재박 LG 감독, 최동원 한국야구위원회 운영위원, 김성한 전 대표팀 수석코치는 한 경기에서 승리 투수와 승리 타점을 동시에 챙긴 투수다.

박찬호는 이날 타자로선 합격점을 받았지만 투수로선 홈런 두 방을 맞고 무너졌다. 7이닝 동안 5안타 4실점으로 그런대로 괜찮은 투구를 했지만 3-4로 뒤진 8회 마운드를 내려왔다. 팀이 연장 접전 끝에 6-4로 이겨 패전은 면했다. 박찬호는 올 시즌 3차례 선발 등판해 승패 없이 평균 자책 7.16을 기록하고 있다.



이승건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