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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3차 대전 봉중근 또 일잡는다

Posted March. 18, 2009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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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일전이다. 한국야구대표팀은 18일 낮 12시 일본과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 라운드 승자결승전에서 맞붙는다. 이기면 4강 진출을 확정한다. 한국과 일본은 아시아 라운드에서 두 번 만나 1승씩 나눠 가졌다. 이번 대결은 우열을 가릴 기회다. 상대를 눌러야 아시아를 넘어 세계 정상에 도전할 수 있다. 한일 라이벌 3차전의 관전 포인트를 소개한다. 이날 경기는 KBS, MBC, SBS 등 방송 3사가 모두 생중계한다.

평민 김인식 vs 귀족 하라 다쓰노리

김인식 감독(62한화)의 선수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서울 배문고에서 투수로 이름을 날렸고 실업 명문 한일은행에서 신인상까지 받았지만 어깨 부상으로 1972년 25세의 한창 나이에 현역에서 물러났다. 그가 재활 공장장으로 불리는 데는 자신의 아픈 경험이 바탕이 됐다. 이후 배문고와 상문고 감독을 거쳐 1982년 동국대 사령탑을 맡은 김 감독은 1986년 해태 코치로 프로 유니폼을 입은 뒤 1990년에야 만년 하위팀 쌍방울의 초대 감독을 맡았다.

반면 하라 감독(51요미우리 자이언츠)은 고교 시절부터 귀족의 길을 걸었다. 도카이대 시절 제2의 나가시마 시게오라는 평가를 받았고 1981년 요미우리에 입단한 뒤 4번 타자로 활약했다. 음지는 밟아본 적이 없다. 15년 동안 프로 통산 성적은 타율 0.279에 382홈런. 1996년 요미우리 타격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2002년부터 감독을 맡았다. 김 감독이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이미지라면 하라 감독은 엘리트 스타일이다.

한국은 17일 훈련 없이 하루를 푹 쉬었다. 일본은 오전 10시부터 1시간 반 동안 빡빡한 훈련 일정을 소화했다. 대표팀 감독을 여러 차례 맡은 김 감독과 초보 하라 감독의 스타일이 엿보인다.

의사() 봉중근 vs 일본 특급 다루빗슈 유

예견됐던 선발 카드다.

봉중근(29LG)은 9일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아시아 라운드 순위 결정전에서 5와 3분의 1이닝을 3안타 무실점으로 봉쇄하며 이틀 전 콜드게임 패의 수모를 갚았다. 누리꾼들은 일제에 맞섰던 안중근 의사와 이름이 같아 그에게 봉중근 의사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현미경 야구로 대표되는 일본이 봉중근을 대비해 어떤 전략을 들고 나올지가 관심이다.

다루빗슈(23니혼햄)는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 일본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가 됐다. 193cm의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속 150km대 직구와 슬라이더가 주무기. 2007년 최고 투수에게 주는 사와무라상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16승 4패에 평균자책 1.88을 기록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대만전에 선발 등판해 승리를 챙겼다. 한국과의 순위 결정전에서는 중간 계투로 나와 1이닝 동안 안타 1개를 맞았지만 아웃카운트를 모두 삼진으로 잡았다. 다루빗슈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베이징 올림픽 때부터 한국을 지켜봤다. 많이 알고 있어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포스트 이승엽 김태균 vs 일본의 상징 이치로

타선에서는 이승엽(요미우리)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김태균(27한화)과 일본을 대표하는 이치로(36시애틀)의 대결이 흥미롭다.

김태균과 같은 4번 타자인 무라타 슈이치(요코하마)가 홈런 2개를 포함해 타율 0.267에 7타점 3득점으로 중심 타선 역할을 하고 있지만 팀 리더로서의 무게에선 이치로에게 미치지 못한다.

김태균은 이번 대회에서 타율 0.412에 9타점 6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과의 1차전에서 도쿄돔을 강타한 140m짜리 초대형 아치를 포함해 홈런도 2개를 때렸다.

반면에 이치로는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4경기에서 타율 0.211에 1타점 4득점이 전부. 하지만 이치로가 활개를 치기 시작하면 한국으로서는 어려운 경기가 될 수밖에 없다.

순위결정전에서 봉중근에게 3타수 무안타로 무릎을 꿇었던 이치로가 다시 봉중근을 상대로 여전히 침묵을 지킨다면 한국이 승리할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이승건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