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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여론조작 MBC

Posted March. 10, 2009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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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대형 신문사들이 지상파방송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한나라당의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변은 다음 중 골라야 한다. 재벌과 권력이 방송을 장악할 수 있어 반대한다 미디어산업 경쟁력을 위해 찬성한다 모른다. 질문은 대기업과 신문사로 해놓고 답변은 재벌과 권력이라는, 강하고 부정적 이미지의 단어를 포함시켰다. 을 택하지 않아도 응답자의 뇌리 속엔 방송법은 재벌과 권력의 방송 장악용이라는 느낌이 각인되기 십상이다. MBC가 작년 12월 코리아리서치를 통해 실시한 여론조사의 설문과 답안 내용이 이랬다.

우리가 접한 정보는 컴퓨터 하드웨어처럼 차곡차곡 저장되지 않는다. 처음엔 두뇌 속 히포캠퍼스(hippocampus해마)에 들어가는데, 관련 사안을 떠올릴 때마다 꺼내져 덧칠된 뒤 맨 처음의 내용과 분리돼 대뇌피질로 옮겨진다. 어디서 들었는지, 사실인지도 확실치 않지만 메시지만은 확실히 남는 소스(원천) 기억상실증이다. 거짓말도 자꾸 들으면 긴가민가 싶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론조사를 가장한 선전이나 세뇌는 그래서 가능하다.

같은 달 미디어오늘과 한길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도 조선 중앙 동아 등 신문이 KBS와 MBC 같은 방송사를 소유하고 방송뉴스까지 하도록 허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문항이 나왔다. 방송사를 소유하고 방송뉴스까지 하도록이라는 설문만 봐도 반대를 유도하려고 애쓴 흔적이 뚜렷하다. 미디어오늘은 MBC노조와 언론노조가 대주주로 있다. 결국 MBC가 방송독점권을 놓치지 않으려고 편파방송도 모자라 편파적 여론조사까지 한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6일 연 개혁 및 법제선진화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이영삼 변호사는 신문사에 지상파방송의 20%까지 지분소유를 허용한 방송법 개정안대로 규제를 완화해도 영국 독일 규제보다 엄격한 편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MBC가 여론조작까지 하는 건 법적으로 공영방송이면서 실은 아무에게도 감독받지 않고 노조 멋대로 하는 꽃보다 좋은 현행구조를 지키기 위해서다. 거짓방송으로 나라를 뒤흔들고 여론조작으로 국민을 속이는 MBC는 정말 반성도, 자기교정도 불가능한 집단인가.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