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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술경쟁력이 글로벌 위기 후의 국가 순위 바꾼다

[사설] 기술경쟁력이 글로벌 위기 후의 국가 순위 바꾼다

Posted January. 29, 2009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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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사출금형() 핵심소재인 핫러너시스템을 만드는 경기 화성시의 유도실업은 직원 수 170여 명이지만 아시아 1위, 세계 2위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한다. 핫러너 기술의 국산화에 처음 성공한 이 회사는 지속적 연구개발(R&D)로 세계적 경쟁력을 자랑하는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했다. 인천의 절삭공구 전문 제조업체인 YG-1, 경기 안산시의 자동차부품업체 SJM도 독보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를 누비는 강소() 기업이다.

이런 기업들만 있으면 걱정이 없으련만 한국은행 보고서에 나온 우리의 기술경쟁력은 참으로 한심한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기술무역수지 배율은 2007년 기준으로 0.43배다. 기술수출액이 수입액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뜻이다. 세계 1위인 일본(3.49배)의 12% 수준에 불과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1개국 가운데 꼴찌에서 세 번째였다. 같은 해 한국의 특허권 등 사용료수지는 33억9800만 달러 적자였다. 대표적인 수출 품목 중에도 껍데기만 한국 제품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부품 및 소재는 일본 등 외국제품인 경우도 적지 않다.

전 세계가 겪는 글로벌 경제 위기가 한 고비를 넘어가면 세계경제 질서의 변화와 재편이 불가피하다. 제조업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술경쟁력이 전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되고, 이에 따라 국가간 우열과 위상도 재정립될 것이다.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단기적 대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위기 이후를 내다본 연구개발(R&D) 투자와 기술력 제고가 필요하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은 2020년까지 미국 자동차의 평균 연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그린카(green car)의 가이드 라인을 만들고 있다. 그린카의 원천기술을 우리가 얼마나 선점하느냐에 따라 우리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기술 연구개발을 위한 투자는 정부와 기업이 발을 맞춰야만 효율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

정부는 제조업의 기반 기술 발전을 위한 산업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독자적 기술력을 지닌 기업이 일시적 자금난이나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에 시달리지 않고 기술 개발과 시장 개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책적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