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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 탓 안해 그를 위해 기도를

Posted December. 11, 200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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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아내와 큰딸이 안아주면서 사랑한다고 얘기한 게 마지막이었습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전투기 추락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윤동윤(37) 씨.

하루 전만 해도 행복한 보금자리였지만 이젠 잿더미가 된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의 사고현장에서 9일 기자회견을 하던 그는 목이 메고 눈물이 흘러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윤 씨는 기자회견에서 지금 내가 어떤 감정을 가져야 하는지조차 모르겠다며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 달라고 말했다.

윤 씨는 새너제이머큐리지 등 미 언론 및 현지 한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고를 전해들은 과정을 소개했다.

샌디에이고의 한 잡화점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그가 사고 소식을 들은 것은 8일 낮 12시경이었다.

집 근처에 사는 일본인 친구가 전화를 걸어 비행기가 자신의 집에 추락했고 불이 붙었다고 알려온 것이다. 아내의 휴대전화는 아무리 해도 연결되지 않았다. 집 근처에 도착한 시간이 12시 40분경. 그러나 소방당국이 접근을 막아 집 앞으로 가지도 못했다. 경찰서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던 그는 오후 7시경 일가족이 숨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게 전부였다.

막막한 심정에 무엇부터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지만 그는 아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착실한 기독교 신자이던 아내의 뜻이라고 여겼기 때문일까. 그는 기자회견에서 전투기 조종사가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기도해 달라며 그는 미국의 보물이며 탓하지 않는다. 그는 (사고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한 사람이라고 용서의 뜻을 전했다.

가족을 잃은 절망 속에서도 교회 사람들과 경찰, 소방서 관계자들 모두에게 감사의 뜻을 나타낸 그의 사연이 미국 언론에 소개되자 그를 격려하는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집이 모두 불에 탔기 때문에 이제 그에겐 남은 것이 없다.

손에 들고 있던 카메라에 담긴 몇 장의 가족사진이 전부다. 사랑하던 가족도 이젠 그의 기억 속에만 남아 있게 될 뿐이다.

미 국방부는 재해보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조사를 마친 뒤 보상액을 제시하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송으로 이어진다. 이번 사고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전투기의 기계적 결함 또는 조종사의 실수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보상을 받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식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