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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땐 코치, 끝나면 선배가 괴롭혀요

Posted November. 20, 200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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뺨을 때려요. 별 이유가 없어요. 작심삼일이에요. 사흘 지나면 또 때려요.(15세 농구선수 A 군)

운동할 때 감독님이 수비는 이렇게 하라면서, 어떤 때는 막 겨드랑이 만지고 가슴 만지고.(14세 핸드볼선수 B 양)

전국 중고교 운동선수 10명 중 8명은 언어적 신체적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고 10명 중 6명은 성폭력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화여대 산학협력단과 함께 5월부터 6개월 동안 중고교생 운동선수 113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심층면접 등 운동선수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9일 밝혔다.

폭력에도 호소할 곳 없어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의 78.8%가 언어적 신체적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4.4%는 훈련과 상관없이 욕설 또는 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답했다. 훈련과 상관없이 폭력을 당한 빈도도 일주일에 1, 2회(12.3%) 일주일에 3, 4회(7.5%) 매일 경험한다(5%) 등으로 4명 중 1명은 일주일에 1회 이상 폭력을 당할 정도로 이유 없는 폭력이 일상화됐다. 훈련을 받을 때는 코치와 감독이, 훈련 외 시간에는 선배가 폭력의 주 가해자였다.

하지만 폭력을 당하더라도 호소할 곳이 없다. 인권위 문경란 상임위원은 학생 선수, 부모, 지도자들도 폭력을 훈육의 일종으로 생각하는 일이 많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비밀을 보장하고 치유, 상담, 대책까지 마련해 줄 수 있는 원스톱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폭력 장소는 주로 합숙소

성폭력 피해자는 63.8%에 달했다. 유형별로는 언어적 성희롱(피해자 가운데 58.3%), 강제추행(25.4%) 순이었다. 피해 장소는 주로 합숙소나 기숙사였으며 성폭력은 친구나 선후배 사이에서 벌어졌다.

성폭력에 대처하지 않는 이유로는 선수생활에 불리할 것 같아서(33.2%) 수치스럽고 당황해서(31.9%) 운동부를 그만두고 싶지 않아서(16.3%) 등을 꼽았다.

연구책임자인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이명선 위원은 학생 선수들이 당하는 성폭력이 일상화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시각적 성희롱, 언어적 성폭력 등 일상적인 성폭력이 더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응답 학생 선수들의 평균 1일 정규수업 참여시간은 시합이 있을 때 2시간, 시합이 없을 때는 4.4시간이었다. 또 응답자의 82.1%는 수업결손에 대한 보충수업은 받지 못한다고 응답해 학습권 침해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선진국처럼 학생 선수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고등학교체육연맹(NFHS)은 교사와 코치의 성적 농담 금지, 과도한 사적 대화 금지 등 학교운동부 성폭력 예방 십계명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인권위는 이번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인권적 관점에 입각한 학원스포츠 정책 전환 인권침해 예방 및 인식 개선 등 종합대책을 관계 기관에 요구할 계획이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