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배관공 Joe 죽이기

Posted October. 18, 2008 09:12,   

ENGLISH

미국 오하이오 주 톨레도에 사는 조 워젤배커(34) 씨는 15일 낮까지만 해도 평범한 배관공이었다. 그러나 이날 밤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와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모두 그의 이름을 수십 차례 언급하면서 졸지에 유명인사가 됐다.

그런데 벼락 스타가 된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은 16일 그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 식으로 미국 언론과 진보단체들로부터 뭇매를 맞는 신세가 됐다.

AP통신은 16일 배관공 조는 진짜 배관공인가? 그것이 토론거리다라는 제목 아래 워젤배커 씨는 배관공 면허가 없는 무자격자이며, 소득세도 1182달러 체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톨레도 지역 배관공 노조 간부 토니 헤레라 씨는 그 사내가 자신을 배관공이라고 주장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진정한 배관공 조(Joe라는 이름은 미국에서 평범한 서민의 대명사처럼 쓰임)는 오바마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상당수 언론들은 워젤배커는 오바마가 당선될 경우 연수입이 25만 달러를 넘으면 세금이 올라갈까봐 걱정하는 모양인데 그런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일자리가 어디 있는지 당장 찾아가보고 싶다는 배관공 노조원들의 비아냥거림을 전했다.

워젤배커 씨는 12일 톨레도 주택가를 돌며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던 오바마 후보에게 아메리칸 드림을 믿느냐며 나는 가게를 차려 독립하는 게 꿈인데 25만 달러 이상 수입을 올리면 세금이 늘어날까봐 걱정이라고 논쟁을 벌였고 이 장면이 TV 카메라에 잡혔다.

존 매케인 후보는 16일 유세에서 어젯밤 토론의 진정한 승자는 배관공 조라며 조를 비롯한 영세 사업자들이 승리했다. 그들은 오바마가 세금을 올리는 걸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로이터통신은 워젤배커가 오바마의 세금 정책을 공격하려는 보수파의 달링(darling사랑하는 사람)이 됐다고 논평했다.

워젤배커 씨를 둘러싼 논쟁에 대해 그가 정식 면허가 있든 없든 사안의 본질과 무관한 데도 언론들이 요란을 떠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당수 배관공이 배관설비업 면허증 소지자가 운영하는 업체에 고용돼 있고, 그런 고용자도 배관공이라고 부른다.

만약 워젤배커 씨의 발언이 민주당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었다면 언론과 노조가 그렇게 공격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더욱이 워젤배커 씨는 스스로 스타가 되길 자청한 것도 아니고 타의에 의해 유명해진 평범한 서민일 뿐이다.



이기홍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