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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기억은 잊었지만 홈런감은 활활

Posted September. 23, 2008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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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 이승엽(32). 올 시즌 중반까지 왼손 엄지 수술 후유증과 타격 부진에 시달리던 그가 시즌 막판 영웅본색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 스포츠지는 22일 일제히 이승엽을 1면 주요 기사로 보도했다. 기적의 10연승을 이끈 한류포(스포츠닛폰), 전설의 홈런을 때리다(스포츠호치), 한신의 숨통을 끊는 결정적인 한방(산케이스포츠) 등 칭찬 일색이다. 이승엽이 21일 한신과의 홈경기에서 135m짜리 대형 3점 홈런을 날리며 팀을 센트럴리그 공동 1위에 올려놓은 덕분이다.

이승엽의 막판 변신 비결은 뭘까. 그는 타격 폼이 바뀐 건 없다. 타격 밸런스와 자신감을 되찾았을 뿐이라고 전했다.

이승엽은 16일 요코하마와의 방문경기에서 3연타석 홈런을 날린 뒤 베이징 올림픽의 기억은 잊었다고 말했다. 이제 팀의 일본시리즈 우승을 위해 힘을 쏟겠다는 얘기였다.

이승엽에게 올림픽 막판 홈런포는 보약이었다. 잊었던 타격 감각을 되찾았다. 그리고 일본 무대에서 부활했다. 최근 홈런 7개 가운데 6개를 상대 투수의 1, 2구를 받아쳐 담장 밖으로 보냈다.

이승엽은 원래 상대 투수의 초구를 좋아했는데 타격 감각이 떨어지면서 공을 기다리다 삼진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올림픽 후 자신감 있게 초구부터 방망이를 휘두른 게 최근 좋은 타격을 보여준 결과라는 것이 그의 얘기다.

이승엽은 올 시즌 경기에 나설 때마다 왼손 엄지에 고무 링을 끼고 살았다. 지난해 10월 왼손 엄지 수술의 후유증 때문에 타격할 때마다 고통을 느꼈다. 고무 링은 그 고통을 완화해 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스윙 감각을 무디게 했던 원인이기도 했다.

이승엽은 최근 고무 링 대신 스펀지 보호대로 바꿨다. 왼손 엄지 통증이 사라진 덕분이다. 그는 스펀지 보호대는 방망이를 잡을 때 고무 링에 비해 편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올 시즌 920g짜리 방망이를 사용했다. 16일 요코하마전에서도 1회 2사 1루에서 1루수 뜬공으로 물러날 때도 그랬다.

하지만 3회 2사 1, 2루에서 910g짜리 방망이를 들고 나왔다. 10g 가벼운 방망이가 그의 손에 맞는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이승엽은 요코하마 왼손 선발투수 나스노 다쿠미의 초구를 받아쳐 3점 홈런을 터뜨렸고 4회와 6회에도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이승엽은 미세한 차이지만 스윙 속도가 더 빠르고 정확해졌다고 말했다.



황태훈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