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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메달 색깔과 행복도

Posted August. 12, 2008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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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코넬대 연구팀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선수의 행복도()를 조사했다. TV 중계방송으로 선수의 표정을 보면서 감정상태를 조사한 것인데 경기 종료 순간 은메달이 확정된 선수의 행복도는 10점 만점에 4.8점인 반면 동메달이 결정된 선수는 7.1점이었다. 3위가 2위보다 행복도가 더 높았던 것이다. 메달을 목에 걸어주는 시상식에서도 동메달리스트의 행복지수는 5.7점으로 은메달리스트의 4.3점에 비해 높게 나왔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은메달리스트에게는 금메달이 기준이고, 동메달리스트에게는 노 메달이 기준이기 때문이다. 전자는 은메달의 기쁨보다 금메달을 놓친 게 가슴 아프지만, 후자는 동메달이라도 땄다는 사실이 고맙고 기쁜 것이다. 성취에 대한 만족감은 이토록 상대적이다. 행복의 상대성원리라고나 할까. 옛 어른들도 사람은 언제나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보고 살아야지 잘난 사람을 보고 살면 평생 고단하고 불행하다고 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메달의 색깔에 너무 집착한다. 선수들부터 은이나 동을 따면 표정이 어둡다. 세계 2, 3위라면 대단한 성취인데도 그렇다. 베이징 올림픽 남자 유도 60kg급에서 금메달을 딴 최민호 선수도 4년 전 아테네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고 이런 서러움을 뼈저리게 겪었다고 한다. 오라는 팀도 없었지만 평소 친했던 이원희(당시 73kg급 우승) 선수마저 같은 금메달리스트들하고만 어울려 다녀 더 외롭고 힘들었다는 것이다.

우리 체육계의 이런 1등 지상주의는 베이징 유도 결승에서 최 선수에게 패한 오스트리아 루트비히 파이셔 선수의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파이셔는 은메달을 딴 것만 해도 정말 기쁘다는 듯 시종 밝고 환한 표정이었다. 그는 최 선수에게 먼저 축하의 악수를 건넸고 감격의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는 최 선수를 따뜻하게 안아주기까지 했다. 인터넷엔 파이셔의 매너에 감동했다는 누리꾼들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우리의 은메달리스트, 동메달리스트들도 그의 넉넉함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국민에게 미안해할 필요 없다.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그만 한 성취가 어디 쉬운 일인가.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