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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모유가 새생명을 살립니다

Posted August. 06, 2008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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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젖을 남에게 준다고 생각하니 커피나 탄산음료도 참게 되고 매운 음식도 피하게 되더군요. 덕분에 몸도 더 건강하고 날씬해졌습니다.

지난해 8월 둘째아이 태양이를 출산한 오미영(37서울 동작구 대방동사진) 씨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모유를 기증한 모유 기증왕이다.

대학병원으로는 유일하게 모유은행을 운영하는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은 오 씨가 지난해 11월부터 21회에 걸쳐 81L의 모유를 기증해 국내 최다 모유 기증왕으로 뽑혔다고 5일 밝혔다.

동서신의학병원은 세계모유수유주간(17일)을 기념해 9일 열리는 모유 기증행사인 제1회 골든 드롭(Golden Drop) 행사에서 오 씨에게 기증왕상을 수여한다.

오 씨는 출산 후 모유가 남아 냉장고에 보관하다가 꼭 필요한 사람에게 모유를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터넷에서 모유은행 정보를 검색해 모유를 기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배가 아프거나 머리가 아파도 혹시 모유에 나쁜 영향을 줄까 봐 약도 먹지 않고 참았다며 나의 작은 노력으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뿌듯하고 덕분에 내 몸도 더 건강해진 것 같다면서 웃었다.

모유은행은 사정상 엄마 젖을 먹을 수 없는 미숙아나 조산아 등을 위해 다른 사람의 젖을 모아놓았다가 먹이는 제도다.

음식을 먹기 힘든 말기 암 환자도 모유은행의 수혜대상이다. 모유에는 영양소뿐만 아니라 면역인자도 골고루 들어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동서신의학병원, 서울 은평구 인정병원, 전북 제일산부인과, 인천 다산한의원 등 4곳에서 모유은행을 운영하고 있지만 정부 지원이 없고 보관, 운송 등에 운영비가 많이 들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모유 기증은 출산 이후 1년까지 가능하며 간염, 볼거리, 결핵, 매독 등 감염성 질환이 없어야 한다. 기증 희망자는 분만 당시 혈액검사 사본을 모유은행에 제출해 건강상태 확인서를 받아야 한다. 모유은행에서 보내주는 용기에 젖을 모아 냉장실에 보관했다가 모유은행의 냉동택배를 불러 보내주면 된다. 기증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없다.

배종우 동서신의학병원 모자보건센터 교수는 모유를 기증받는 데 검사비, 인건비, 보관비, 운송비 등을 포함해 1인당 3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모유은행들은 모유 수혜자로부터 1병(180mL)에 3000원 정도의 비용을 받고 있다. 모유 수혜 희망자는 매년 늘고 있지만 기증자는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박은영 동서신의학병원 모유은행장은 기증자는 연평균 68명 정도에 불과하다며 그나마 1, 2회 기증하다가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1900년대 초 모유은행이 처음 설립된 미국 유럽 등에서는 모유은행 제도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전국에 골고루 퍼져 있는 모유은행이 지역 산부인과와 연결돼 엄격한 기준 아래 모유를 기증받고 있다. 기증받은 모유를 아프리카 기아 돕기에 보내기도 한다. 또 미국과 캐나다는 기증된 모유를 상호 교환하기도 한다.



이진한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