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주변 인사들에게 깊은 인간적 고민을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쇠고기 파동을 거치며 대통령수석비서관들이 전원 교체되고 현 정부의 핵심 정책들이 잇따라 좌초됐기 때문.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23일 이 대통령이 얼마 전 쓴웃음을 지으며 우리가 막상 권력을 쥐었지만 결국 정치와 민심에는 어쩔 도리가 없는 모양이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며 이 대통령이 그리 감성적인 표현을 즐기지 않는데 이날만큼은 최근 상황에 대한 깊은 회한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기업 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한 공공부문 개혁과 공기업 민영화 등 주요 정책이 민심의 파도에 기약 없이 휩쓸려 가는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어떻게 만든 계획인데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내더라라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이 대통령이 공개석상 밖에서는 발언을 거의 하지 않는 대신 수시로 정치권 안팎의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최근 상황에 대한 여론을 청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해당 언론 보도 내용과 그 배경까지 알아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행정관급 이상 직원 350여 명에게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평전인 돌파의 CEO 윈스턴 처칠, 우리는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를 선물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처칠의 외손녀 실리아 샌디스 씨가 직접 보고 느낀 처칠의 리더십에 관해 쓴 이 책 내용은 이 대통령으로서는 이젠 더 밀리거나 실패하면 안 된다는 자기 주문()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이 책을 선물하면서 어렵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면 결코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힘내라는 메시지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대통령은 26일부터 30일까지 지방의 한 군 휴양시설에서 부인 김윤옥 여사, 세 딸 내외 등 가족과 함께 첫 휴가를 보내기로 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외아들 시형 씨는 최근 한국타이어에 인턴사원으로 입사해 휴가를 떠날 수 없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휴가 기간 중 주로 시집이나 문학 작품 등을 읽으며 쇠고기 파동 등으로 지친 심신을 달랠 계획이다.
당초 26일부터 1주일간 휴가를 떠나기로 했으나 쇠고기 국정조사,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등 각종 현안이 산적해 일정을 줄였다고 청와대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