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어퍼컷 세리머니가 6년의 세월을 지나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재현됐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유럽의 강호들을 쓰러뜨릴 때마다 허공에 시원한 어퍼컷을 날리며 4강 신화를 완성했던 네덜란드 출신의 거스 히딩크 감독.
이제 러시아 대표팀 감독인 그가 19일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티볼리 경기장에서 열린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8) 조별리그 D조 최종전에서 스웨덴을 2-0으로 꺾고 8강 진출을 확정지은 뒤 강력한 어퍼컷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2승 1패를 마크한 러시아는 이날 그리스를 2-1로 꺾은 스페인(3승)에 이어 조 2위로 8강에 올랐다. 러시아가 이 대회 1라운드를 통과하기는 옛 소련 팀이 1988년 대회에서 준우승한 이후 20년 만이다.
러시아의 8강 진출 과정은 6년 전 한국의 4강 진출 때만큼이나 극적이었다. 1차전에서 스페인에 1-4로 완패했던 러시아는 2차전에서 지난 대회 우승팀 그리스를 1-0으로 꺾고 8강 진출의 불씨를 살린 데 이어 반드시 이겨야 하는 스웨덴마저 무너뜨린 것.
양 팀 전력은 러시아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4위, 스웨덴이 30위로 비슷했지만 승부는 경기에 임하는 자세에서 갈렸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러시아가 초반부터 맹공을 퍼부은 반면 비겨도 되는 스웨덴은 소극적이었다.
측면 돌파에 이은 빠른 공격을 여러 차례 시도했던 러시아는 전반 24분 로만 파블류첸코가 페널티 지역 중앙에서 패스를 받아 침착하게 오른발 슛을 성공시켜 1-0으로 앞섰다. 후반 들어 러시아의 공격은 더욱 거셌고 결국 또 한 번 스웨덴의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5분 유리 지르코프가 왼쪽 측면에서 페널티 지역 중앙으로 빠르게 패스한 것을 문전으로 쇄도한 안드레이 아르샤빈이 슬라이딩하며 오른발로 정확히 갖다대 골인시킨 것.
히딩크 감독은 전반엔 가능한 한 빠르게 공을 앞으로 보내려고 했고 후반엔 더욱 상대를 몰아붙였다. 내가 원하는 플레이였다.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8강 상대는 공교롭게도 히딩크 감독의 모국인 네덜란드.
1988년 옛 소련 팀이 결승에서 만나 0-2로 졌던 상대가 바로 네덜란드다.
히딩크 감독은 나는 네덜란드 선수들과 감독을 잘 알고 있으며 선수들 중 몇몇은 같은 팀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정말 흥미로운 대결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8강 진출로 러시아 전체가 축제 분위기다.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선 밤늦게까지 승리를 축하하는 파티가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