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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교조, 학교 자율화 발목 잡지 말라

[사설] 전교조, 학교 자율화 발목 잡지 말라

Posted April. 17, 2008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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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어제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가진 첫 상견례에서 이명박 정부의 초중고교 자율화 추진계획에 대해 학교현장의 서열화와 지나친 경쟁을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제 교육부가 장학지도란 이름으로 시행한 29개항의 규제를 없애고 시도교육청과 학교 자율에 맡기겠다고 발표하자 전교조는 학교의 학원화()라고 딴죽을 걸고 나왔다.

학교를 옭죄는 규제를 없애는 것은 교육자율화 및 학력수준 향상을 위해 옳은 방향이다. 지난 정부는 전교조 코드의 평준화에 집착해 학교 차이를 무시하는 입시제도를 강요하고, 학력() 경쟁을 어렵게 하는 규제로 학교를 꽁꽁 묶어놓았다. 앞서 가는 학교를 세워놓고 뒤처진 학교와 보조를 맞추라는 식의 교육정책은 미래세대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통제와 지시 위주의 학교가 경쟁과 자율 분위기로 바뀌면 학교 간에 학생 실력을 높이기 위한 경쟁이 벌어져 전반적인 교육수준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학교의 학원화가 아니라 학습열()을 사교육에서 공교육으로 흡수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학교는 1교시 이전에 하는 0교시 수업, 야간자율학습, 방과후 수업의 위탁운영, 성적에 따른 우열반 편성에 대한 폭넓은 자율권을 갖게 됐다. 교장은 이 같은 권한을 적절히 활용해 기업 최고경영자(CEO)처럼 학교에 많은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수 있다. 서울의 경우 2010년부터 선지원 후추첨제가 시행돼 학부모가 고교를 선택하는 시대가 열린다. 지난해 제정된 교육정보공개법에 따라 모든 학교는 학생의 학업성취도 같은 학교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학부모와 학생은 공개된 정보에 따라 우수 학교를 골라갈 것이기 때문에 교장과 교사들은 매년 교육 수요자의 평가를 받게 되는 셈이다.

이번 조치로 학교가 인성교육도, 친구 간에 우정도 없는 무자비한 입시경쟁에 내몰리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우려는 과장됐다고 본다. 다만 자율화도 학교 실정에 맞게 교사와 학부모의 공감대 속에 진행돼야 무리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교육이 자율화되면 불가피하게 뒤처지는 학교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역할은 이런 낙후학교에 대해 예산과 인사를 통한 지원을 늘려 학력격차를 줄이는데 집중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