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공천 물갈이 여진()이 심상치 않다. 텃밭인 영남권만 보면 현역 의원 교체 폭이 43.5%나 되고, 박희태 김무성 의원 같은 중진들까지 탈락해 변화의 바람이 부는 듯하다. 그러나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당내 실세라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이방호 사무총장을 위한 공천이라는 목소리들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외견상 친()이명박-친박근혜 세력 간 나눠먹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들 두 사람의 당권 장악용 포석이라는 것이다.
공천 탈락으로 탈당하긴 했지만 김무성 전 최고위원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잘못된 공천 의 사례들을 보면 공감할 대목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도덕성 전문성 여론조사 등 모든 면에서 앞선 후보가 탈락한 경우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중립적이라는 남경필 의원도 어제 기자들과 만나 교체된 분들은 나간 분들보다 나은 점이 있어야 하는데 몇몇 분의 경우 최소한의 원칙과 기준을 채우지 못한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당 지도부나 공천심사위원회는 이제라도 몸을 낮춰 혹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경우는 없는지 살펴야 한다. 안강민 공천심사위원장처럼 무슨 영남 대학살이냐, 개혁 공천이지라며 일축할 사안이 아닌 것이다. 이 사무총장은 한술 더 떠 몇 사람이 떨어져 나간다고 당이 깨지는 것은 아니다고 했으니 오만하기 짝이 없다. 그렇게 자신이 있다면 공천과정은 왜 투명하게 공개하지 못하는가.
국민이 대선에서 530여만이라는 압도적인 표 차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것은 낡은 좌파정권을 종식시키고 21세기 선진화의 과업을 이뤄낼 개혁적 보수정권을 원했기 때문이다. 국민의 이런 기대에 부응하려면 당부터 거듭나야 하며, 공천 개혁은 그 출발이다. 그런데도 이재오 이방호 씨가 7월 전당대회를 노리고 공천 물갈이를 빙자해 자기 세력 확장의 기회로 삼는다면 대선 민의()에 대한 중대한 배신이다.
이 대통령의 책임도 적지 않다. 공천 잡음의 이면에는 총선을 통해 한나라당을 명실상부한 이명박 당으로 바꾸겠다는 대통령의 생각이 깔려 있다고 보는 관측이 많다. 이 대통령이 두 이 씨의 공천 전횡을 방조한 것이라면 49 총선에서도 민심이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따라줄지는 의문이다. 국민은 이재오 이방호 씨가 주무르는 정치를 보자고 대선 투표장으로 달려가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