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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젊은 피 용병

Posted October. 26, 200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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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앞에는 평화와 통일이라는 제3의 도전이 기다리고 있으며 여러분이 이라크에서 흘린 땀과 노력으로 도전을 이겨 낼 수 있을 것입니다. 2005년 2월 1일 이라크 북부 아르빌 자이툰부대를 방문한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이 병사들 앞에서 쏟아 낸 열변이다. 그의 치하는 우리는 밖에 나와 있을 때 조국애의 실체를 봅니다. 조국과 밖에 나온 여러분이 만났을 때 진정한 조국애를 느낄 수 있습니다라는 말로 이어졌다. 그는 군복 차림으로 병사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한 뒤 자이툰을 위하여를 외쳤다.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후보가 된 정 전 장관은 자이툰부대를 보는 관점이 2년 8개월 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그제 신당 의원총회에서 자이툰부대 파병 연장 반대론을 펴며 전쟁터에 한국 젊은이들의 피를 내다 팔아 잘살면 된다는 식의 가치를 추구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한국군이 세계 용병의 공급원이 돼도 좋은지 대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의 자이툰부대 방문에는 대권을 노린 이벤트라는 비난이 따랐다.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을 겸하고 있기는 했지만 통일부 장관의 자이툰부대 방문은 소관 업무와 거리가 먼 것이었다. 당시 정부 내에서도 자이툰부대가 국무위원과 정치인의 관광 코스가 돼선 안 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때는 자이툰을 이벤트로 활용하더니 이제는 반미좌파 표를 얻기 위해 뱉는 꼴이다.

자이툰부대를 도전을 이겨내는 조국애의 실체라고 칭송한 것을 잊고 젊은 피를 파는 용병으로 매도하는 것은 망발이다. 열사()의 나라에서 목숨을 걸고 근무하던 병사들은 졸지에 돈에 팔린 용병이 됐다. 2005년 2월의 정 씨와 오늘의 정 씨가 정녕 같은 사람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우리는 수천억 원의 비용을 부담하면서 평화와 재건을 위해 이라크에 파병했다. 장관과 대선 후보는 다르다고 하지만 한 사안을 놓고 180도 달라질 수 있는가. 상황에 따라 말을 후딱 바꾸는 정 후보의 모습에 크게 실망한 사람이 많다.

방 형 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