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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C 쿠퍼 은행장 단독 인터뷰

Posted February. 21, 2007 07:10,   

HSBC는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이 없습니다. 자생적인 성장에 주력하겠습니다. HSBC은행의 사이먼 쿠퍼(40사진) 은행장은 16일 기자가 외환은행을 언급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빙그레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국내외 언론에서 HSBC가 중국공상은행 등과 함께 외환은행의 유력한 외국계 인수 후보로 자주 거론되는 것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쿠퍼 행장은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이날 서울 중구 봉래동 HSBC빌딩 회의실에서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언론과의 첫 단독 인터뷰를 갖고 HSBC는 2005년 제일은행 인수에 실패한 뒤 규모로 경쟁하지 않고 (한국 금융환경 실정에 맞게) 자생적으로 성장하는 방향으로 한국시장 전략을 수정했다고 강조했다.

HSBC 다이렉트로 자생적 성장

HSBC는 현재 서울 경기 대전 대구 부산 등 전국에 총 11개 지점을 두고 있다. 총자산은 지난해 6월 말 현재 15조1945억 원.

11개 점포로 자생적 성장이 가능하냐고 묻자 쿠퍼 행장은 그래서 내놓은 것이 HSBC 다이렉트라고 했다.

HSBC가 이달 초 내놓은 이 상품은 연중무휴 24시간 인터넷과 전화로 입출금이 가능하고 연 3.5%의 금리와 타행 이체 수수료를 전액 면제해 준다.

그는 다이렉트는 예금자보호가 되고 이용시간 제약과 이체 수수료가 전혀 없어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이어 지난해 9월 다이렉트를 먼저 선보인 대만에서는 5주 만에 오프라인에서 5년 동안 유치한 고객 수를 넘어섰다며 한국은 대만보다 반응이 뜨겁다고 귀띔했다.

그는 2005년 7월 550명이던 한국의 직원을 지난해 말 1350명으로 크게 늘린 것도 자생적 성장을 위한 포석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투자 줄어들 것

1989년 HSBC 영국 런던 본사에 입행한 쿠퍼 행장은 태국지점 부행장, 싱가포르 기업금융 대표를 거쳐 지난해 3월 한국지점 은행장에 취임했다.

그는 한국 고객들에 대하여 sophisticated(세련되고 정교하다는 의미)라는 표현을 자주 쓰면서 한국 소비자를 겨냥한 신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서는 요술 거울이 없어 정확히 전망할 수는 없지만 한국의 자산 투자가 부동산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HSBC는 지난해 말부터 부동산 담보대출의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도 했다.

한국 생활에 대해 묻자 쿠퍼 행장은 한국인이 너무 열심히 일해 놀랐다고 말했다.

여가와 일의 조화를 위해 직원들에게 휴가는 꼭 가라고 압력(?)을 넣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에는 강원도 스키장에서 직원들과 파티를 열었어요. 태국과 싱가포르에서 태어난 두 딸이 눈을 처음 보고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정재윤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