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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Posted September. 05, 2006 06:53,   

내 입으로 청와대나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외압이 있었다고 얘기한 적이 없다. 서울에 국제중 설립을 추진하다 돌연 철회한 영훈학원 측의 말이다. 글로벌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 국제중은 경기와 부산에만 한 곳씩 있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청와대와 교육부에 애원()한다고 할 만큼 국제중 신설을 갈망해 왔다. 교육계에선 영훈학원이 사립학교법 반대운동을 하다 밉보인 것 같다는 뒷말도 있다.

교육부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의기투합해 국제중 설립에 반대해 왔다. 평준화제도를 흔들고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주장이다. 국제중이 없어도 능력 되는 집 자녀들은 유학가면 그만이다. 귀족학교가 될까봐 막는다지만 한 해 수업료가 1만5000달러를 넘는 미국 사립학교보다는 싸다. 영어에 한 맺힌 부모들은 입양()유학이라는 편법까지 쓴다.

노무현 대통령의 아들은 미국 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고 있다. 바다이야기와 관련해 여당 국회의원들이 시중에선 대통령 아들이 있었으면 감옥에 넣어야 한다는 말까지 한다고 하자 그래서 아들을 미국으로 보냈다며 웃었다고 한다. 하지만 단순 격리를 위해서라면 굳이 미국으로 보낼 이유가 없다. 2004년 프랑스 방문 때 우리 경제가 너무 미국식 이론에 강한 영향을 받아 걱정된다고 했으니 유럽으로 보내든지, 자신과 코드가 비슷한 국가지도자가 있는 베네수엘라로 보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미국으로 보낸 이유는 이왕이면 세계 최고의 엘리트교육을 시키고 싶고, 정 안되면 하다 못해 영어라도 완전정복하기를 바라는 보통 부모 심정과 뭐 다르겠는가.

그러면서 국민은 국내에서조차 국제적 교육을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은 위선()이고 잣대도 이중적이다. 내 자식에겐 쌀밥 먹이면서 남의 자식한테는 건강에 나쁘니 보리밥만 먹어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부모 잘못 만나 유학 못 가는 잠재적 인재들은 전교조의 반()세계화 세뇌 속에 우둔화()교육만 받다가 신()기득권층 뒤치다꺼리나 하며 살아야 하나.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