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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반달곰 미련퉁이는 잊어줘

Posted August. 28, 2006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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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복원센터는 보험을 들어 반달곰에 의해 벌통이 훼손되면 보상을 해 준다. 올해 들어서만 4000여만 원의 보상금을 피해 농가에 지급했다.

종복원센터 측은 인근 양봉 농가 55곳에 곰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전기울타리를 설치했는데 그중 일부는 보안이 뚫려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김보현 복원부팀장은 나무를 타고 5000V의 전기 울타리를 훌쩍 뛰어 넘어 꿀을 훔쳐 먹는 솜씨를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라며 전기 울타리 밑을 파고 들어가는 곰도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또 곰이 벌 떼를 피하기 위해 벌통 안에 놓인 설탕물 그릇을 멀리 옮겨 놓은 뒤 벌이 그리로 몰려가면 벌통을 터는 장면도 목격했다고 말했다. 설탕물은 농가에서 벌 먹이로 갖다 놓은 것.

곰이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도 놀랐다. 산에서 대나무를 휘어 잠자리를 만들면서 대나무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도록 돌을 올려놓거나 나뭇가지와 엮어놓기도 한다는 것.

23일 취재기자가 지리산 피아골에 갔을 때는 종복원센터가 양봉 농가의 꿀통을 훼손하는 곰을 마취총으로 포획해 다른 곳으로 옮기려 하고 있었다.

장강24가 가까이에 있어요. 목소리를 낮추세요.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센터 정동혁(29) 수의사와 위치추적팀 이윤미(26여) 씨의 얼굴에 긴장감이 흘렀다.

이 씨는 한 손에 안테나를 들고 무선 위치추적 장비에 귀를 바짝 댔다.

수신음이 점점 커지자 이 씨는 나지막한 소리로 장강이가 50m 정도 떨어져 있으니 바위 뒤에 몸을 숨기라고 말했다.

몇 차례 나뭇가지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이 씨는 사람이 있는 것을 알고 달아난 것 같다며 장강이가 워낙 눈치가 빨라 생포가 쉽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장강24는 지난해 7월 방사된 3년생 북한산 반달곰. 6월부터 피아골 주위를 맴돌면서 자주 꿀을 훔쳐 먹는 말썽꾸러기다.

현재 지리산에 방사돼 야생에 적응하고 있는 반달곰은 14마리.

2004년 이후 3차례 연해주와 북한산 곰 20마리가 방사됐으나 이 가운데 2마리는 올무에 걸려 죽었고 3마리는 사람에게 먹을 것을 얻어먹고 따라다니다가 포획됐다.

18개월짜리 북한산 레타는 지난해 11월 말 목에 달고 다니던 발신기가 나무에 묶여 있는 채로 발견돼 사람에게 희생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종복원센터는 최근 천왕봉 인근에 있는 3년생 수컷 천왕이와 암컷 낭림33의 움직임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이들 곰 2마리가 한 달째 반경 100m 내에 있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

생후 3년이면 성적으로 성숙하고 4년부터는 새끼를 낳을 수 있어 센터 직원들은 동갑내기 커플의 교미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천왕이보다 1년 빠른, 2002년 방사됐다 포획된 장군이와 막내가 1월 지리산 생태학습장에서 새끼 2마리를 낳아 그 가능성을 한층 높여 주고 있다.

김만석 종복원센터장은 웃으며 새끼만 낳아준다면 요즘 곰 때문에 겪는 여러 가지 소동은 즐거운 고민이다고 말했다. 방사된 곰이 새끼를 낳는다면 자연에 적응했다는 1차 신호이기 때문이다.



정승호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