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한국과 프랑스 총리의 파리회담에서 합의된 외규장각 도서 한국 전시는 반환을 줄기차게 요구해 온 한국으로선 만족스러운 결과라고 할 수 없다.
전시회 개최와 반환 협상은 완전히 별개의 사안이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외규장각 도서의 소유주로서 도서를 일정 기간 한국에서 공개 전시하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프랑스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전시회를 9월에 장기적으로 열겠다는 것과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전시회를 갖겠다는 점만 약속했을 뿐이다. 프랑스가 보관 중인 296권 전부를 한국에 보낼 생각인지, 전시회가 끝난 뒤 한국이 계속 보관토록 하겠다는 건지 궁금한 점이 많지만 프랑스 측은 양국 문화부 장관 회동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결정할 것이라는 방침만 밝혔다.
이번 합의는 합의라기보다는 사실상 프랑스 측의 제안이라고 표현하는 게 적당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에서 전시회를 여는 문제에 대해선 양국 간 실무진이 사전에 전혀 상의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우리 쪽에서는 반환을 원칙으로 디지털화 작업과 교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자는 내용을 들고 회담에 임했다면서 프랑스가 뜻밖에도 전시회를 제의해 왔다고 전했다. 프랑스가 한-프랑스 수교 120주년을 기념해 방문한 한국 총리를 위해 마련한 선물로 해석할 수 있다.
반환과는 거리가 먼 전시회 약속만 받아낸 것이지만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평가도 있다. 지난 14년간 정부와 민간 대표단이 번갈아 협상에 나섰지만 아무런 결실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교통상부 장재룡 대사가 외규장각 도서 반환 협상 대표에 임명돼 2월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까지도 프랑스는 외규장각 도서의 디지털화 작업과 열람 절차의 간소화만 약속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