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를 이용해 배터리(리튬이온전지)의 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린 기술이 한국인 과학자가 주도한 국제공동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재료공학과 박사과정의 남기태(29) 씨는 6일 M13이라는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조작해 만든 음()극 재료를 리튬이온전지에 부착했더니 기존 전지에 비해 용량이 3배 이상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 6일자 온라인판에 소개됐다.
한국인으로는 제1저자인 남 씨 외에 MIT 화학공학과 유필진(31) 연구원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재료연구부 김동완(34) 선임연구원 등 3명이 참여했다.
음극 재료로 탄소를 주로 쓰는 리튬이온전지는 휴대전화나 캠코더 등 전자제품의 배터리로 많이 사용된다.
탄소를 코발트화합물로 대체하면 배터리의 전기 저장 용량이 향상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코발트화합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온으로 가열하는 등 제작 여건이 까다로워 대체하기가 쉽지 않았다.
연구팀은 M13의 표면에 코발트와 잘 결합하는 단백질이 만들어지도록 유전자를 조작했다.
이 바이러스를 코발트가 포함된 물에 넣어 코발트화합물을 만든 후 리튬이온전지의 음극 재료로 사용한 것.
연구 결과 탄소를 사용한 리튬이온전지보다 전기 저장 용량이 3배 늘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또 M13 표면 단백질이 코발트뿐만 아니라 금도 결합되도록 유전자를 조작하자 배터리 용량이 0.3배 더 향상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남 씨는 바이러스를 한 층으로 정렬시키면 얇고 휘어질 수 있는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며 생물체를 전자기기 제작에 활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