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글로벌 경쟁시대 지식경제를 이끄는 가장 중요한 엔진이다. 세계의 대학들은 가장 우수한 경쟁체제를 갖추고 가장 우수한 두뇌를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세계의 흐름과 등을 지고도 모자라 거꾸로 달리는 형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한국의 교육시스템이 지식경제의 경쟁력을 높이지 못하고 있다며 경쟁을 촉진하고 규제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교육을 개혁하라고 충고했다.
노무현 정부는 수도권 대학 특성화 지원사업 등에 나섰으나 효과는 미지수다. 대학의 경쟁력 향상에 가장 필요한 대학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대학입시에 관여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가 대학입시에 관여하는 나라치고 대학 경쟁력이 높은 나라는 없다.
중국 상하이 교통대가 발표한 세계 20위까지의 대학에 미국은 17개교나 포함됐지만 미국 정부에는 대학을 관장하는 부처가 없다. 총장 중심의 대학 행정부가 학생 선발부터 교수 스카우트, 산업과의 연계 등을 스스로 결정한다. 정부는 대학에 국내총생산(GDP)의 2.7%나 지원할 뿐이다.
미국과 달리 유럽의 대학들은 정부의 지나친 개입으로 경쟁력 추락에 허덕이고 있다. 세계 20위 안에 든 유럽 대학은 영국의 캠브리지대와 옥스퍼드대 뿐이다. 프랑스에서 청년실업률이 23%까지 치솟아 최근 소요사태를 빚는 것 역시 세계 40위에도 못 끼는 대학 경쟁력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 대학의 현실은 더 참담하다. 스위스경영대학원(IMD)이 조사한 대학교육의 효용성에서 한국은 60개국 중 59위다.
OECD는 대학간에 경쟁이 이뤄지도록 중앙정부의 역할을 재조정(사실상 축소)하라고 권고했다. 교수 평가와 졸업생 취업률 공개, 외국대학 설립 등으로 대학간 경쟁을 확산시켜야 대학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대학 평준화 운동이라는 기막힌 공약을 내건 교사가 지난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새 위원장에 당선됐다.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내신 반영률을 높이고 수능 비중을 줄이라고 대학의 학생선발을 간섭하기 바쁘다.
본보는 그제 창간 86주년을 맞아 경쟁력 있는 외국 대학을 현지 취재한 작지만 강한 대학 시리즈를 시작했다. 여기 소개될 예정인 예정인 싱가포르 국립대의 시춘펑 총장은 학생 선발을 비롯한 대학운영이 제약받으면 세계무대에서 유수한 대학들과 경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세계는 더 우수한 인재를 더 우수한 대학에 보내기 위한 중등교육 개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은 낙제방지법을 통해 학생들의 성적이 부진한 중고교 제재에 나섰다. 교육강국으로 꼽히는 핀란드도 교장과 교사에게 학생 개개인의 학업성취에 대한 책임을 지우고 있다. 중등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과 노력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미 하버드대는 투쟁적 교원노조가 교육을 망친다며 교사의 임금을 학생의 학업성취도에 따라 차등 지급하고, 무능한 교사를 퇴출시키며, 학교간 경쟁을 촉진시켜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같은 시점 우리나라의 새 전교조 위원장은 교원 평가 및 교원 구조조정 저지(), 수업시수() 감축 등을 투쟁목표로 내걸었다. 이 나라 교사와 학생들을 경쟁 해방구()에서 살수 있도록 하자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교사들은 기득권을 누리겠지만 대한민국이 세계의 지진아()로 추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현 정부의 교육정책이 전교조와 거의 동색()이라는 점이다. 교육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외치는 정부와 전교조의 나라가 교육 강국, 인재 입국()이 될 수 있겠는가. 본보 여론조사 결과 국민 4명 중 1명이 기회만 된다면 교육이민을 떠나고 싶다고 응답한 것도 교육에 대한 위기의식 때문이다.
해외에서 이미 실패로 판명된 사회주의적 교육정책으로 미래의 경쟁력까지 붕괴시키는 것은 국민에 대한 죄악이다. 교육선진국은 물론이고 중국과 인도에도 뒤지기 전에 자율과 경쟁을 중시하는 교육정책으로 돌아서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