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March. 28, 2006 08:25,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어제 기업의 사회 공헌이 필요하지만 기업의 경쟁력을 해치는 수준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발언했다. 열린우리당 측이 지난주 경제5단체장을 만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 수출이 잘돼 이익을 보는 기업들이 농산물 시장 개방으로 피해를 보는 농민 등을 지원해야 할 것이라는 등으로 압박한 데 대해 공개적으로 선을 그은 셈이다.
대기업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양극화 해소 강조 이후 사회 헌납에 동참하라는 정부 여당의 눈치 주기에 심한 부담감을 느낀다고 한다. 또 사회사업재단이나 장학재단을 운영하는 일부 기업은 저소득층에 집중 지원하라거나 공부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 못사는 학생 위주로 장학금을 줘라는 요구도 받았다고 한다.
기업의 사회 공헌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할 일이다. 정권이 이런 곳에 돈을 써라 저기를 도와줘라고 몰아갈 일이 아니다. 기업들은 이미 그 필요성을 인식해 적지 않은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기업의 기부문화를 확산시키려면 미국처럼 기부금에 더 많은 세금 혜택을 주는 등 제도적 유인()을 강화하면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선거자금 또는 통치자금이라며 검은돈을 챙기는 정권이나 사회 헌납을 강요하는 정권이나 무엇이 다르겠는가.
오죽하면 기업단체 회장이 경쟁력을 해친다는 표현까지 썼을까. 흑자 기업이라고 해서 돈을 펑펑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경영진 몫이 아니라 주주 몫이기 때문이다. 또 미래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투자가 우선이다. 이 때문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거론할 때 사회복지 책임보다 준법 책임, 이윤 창출 책임, 좋은 제품 생산 책임을 먼저 꼽는 것이다.
1997년 이후 작년까지 국민 1인당 준조세가 연평균 14.2% 늘었다고 한다. 소득 증가보다 35배 빠른 속도다. 노 정부 3년간에도 21% 증가했다. 이런데도 준조세 부담을 더 늘린다면 경쟁력 추락, 저성장, 고용 감소, 소득 감소, 빈곤층 확대의 악순환이 더 심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