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한 이발소는 최근 머리를 깎는 커트 요금을 2000원으로 내렸다. 그래도 이발소를 찾는 손님이 하루 평균 10명이 안 된다.
이발사 경력이 40년인 주인 남모(64) 씨는 수입이 1980년대의 1020%로 줄었다. 근처 이발소 두 곳이 지난해와 올해 각각 문을 닫았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이미용업소 폐업 속출=보건복지부의 공중위생업소 현황에 따르면 이미용업소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현재 국내에서 영업 중인 이용업소(이발소)는 2만6904곳, 미용업소(미장원)는 8만1663곳이다. 2000년과 비교하면 이발소 5300여 곳과 미장원 2100여 곳이 문을 닫았다.
이발소는 중장년층 남성들이 미장원에서 머리를 깎기 시작하고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미장원에 비해 업소는 적은데도 감소 폭은 훨씬 더 크다.
미장원도 2002년을 정점으로 3년간 5200여 곳이 문을 닫았다. 4만5만 원 정도인 파마 요금을 서울 도심에서 1만1만5000원대로 내리는 곳도 생겨났다.
사인 볼은 우리의 것=사단법인 한국이용사회중앙회는 5일 이발소만 사인 볼을 사용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에 공중위생관리법 개정을 요청할 것이라는 다소 이색적인 계획을 밝혔다.
한국이용사회중앙회 관계자는 안마시술소나 남성 휴게텔 등이 사인 볼로 고객을 끌고 있다며 이 때문에 사인 볼의 이미지가 나빠져 모범적인 업소에도 들어가기를 꺼리는 손님도 많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사인 볼은 이발소를 나타내는 국제 공통의 기호인 만큼 정부가 무분별한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이발소와 미장원이 남자의 미장원 출입을 놓고 위법성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남성의 미장원 출입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면서 사인 볼 문제가 정식으로 접수되면 이를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발소, 미장원의 살길은=복지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발소가 음성적인 분위기를 탈피하고 고객 지향적인 변신을 하지 않으면 점점 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미용사회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미장원의 부진은 경기 침체 탓이지만 피부 관리 등이 별도 영역으로 분리되면서 손님이 줄어든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