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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북 비료 지원

Posted February. 11, 2006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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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독일 방문 때 남북관계에서도 쓴소리를 하고 얼굴을 붉힐 때는 붉혀야 한다며 비료 지원도 북한이 공식 대화창구에 나와 요청하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 미국을 겨냥해 얼굴을 붉혀야 한다면 얼굴을 붉히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가 북한에 대해선 아무 말도 못하면서라는 비판을 받은 것을 의식한 듯했다. 북한은 같은 해 5월 차관급 회담에 나와 비료 20만 t을 얻고, 6월엔 다시 15만 t을 더 요구해 모두 받아 갔다. 노 대통령 체면을 세워 주고 실리를 챙긴 셈이다.

근대 비료공업은 1908년 독일의 화학자 프리츠 하버가 암모니아를 공중질소와 수소로부터 합성하는 데 성공하면서 시작됐다. 국내에서는 1930년 일제()가 대륙 침략에 필요한 식량을 공급하기 위해 함경남도 흥남에 세운 조선질소비료주식회사 흥남공장이 최초다. 이 공장은 625전쟁 때 파괴됐으나 북한은 휴전 후 총력을 기울여 복구했다. 김일성 주석이 비료는 곧 쌀이고, 쌀은 곧 공산주의라는 유명한 말을 한 것도 1956년 6월 이곳에서 현지 지도를 할 때였다.

지난해 9월 제16차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북측의 권호웅 내각책임참사는 남측에서 비료도 주시고 해서 농사 작황이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해 북한이 10년 만의 대풍()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했다. 감자를 포함한 북한의 지난해 식량생산량이 460만 t 정도로 식량난 전인 1991년 수준(443만 t)을 회복한 것으로 보는 관측도 있다.

북한이 1일 비료 45만 t 지원을 요청한 것을 정부가 9일 뒤늦게 밝혔다. 통일부는 전통문이 온 뒤 공개하려 했으나 전통문 수신자인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해외 출장 중인 바람에 늦췄다고 해명했다. 한 총재가 없으면 왜 안 된다는 건지, 군색한 얘기다. 오히려 이종석 장관이 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북() 퍼주기 논란에 휘말릴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란 해석이 그럴듯하게 들린다. 이래저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비료 지원이다.

한 기 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