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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고유명절 즐겨요

Posted December. 30, 2005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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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들은 12월이 되면 8일간의 종교축제 하누카(Hanukkah)를 즐긴다. 기원전 165년경 외세의 공격으로 성전을 빼앗겼던 이스라엘이 얼마 후 이를 재탈환해서 하나님께 바친 것을 기념하는 날. 성전 봉헌절이라고도 불린다.

서울에서 정통 하누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은 어디일까. 말할 것도 없이 이갈 카스피 주한 이스라엘 대사 부부 자택이다. 27일 용산구 이태원 이스라엘 대사관저에서는 70여 명의 유대인 및 비유대인 축하객이 모여 하누카 명절을 즐겼다.

하누카는 유대력으로 키슬레브(Kislev)월 25일부터 8일 동안 계속된다. 대개 양력으로 12월 초에 해당하는데 올해에는 예년보다 늦어져 25일부터 시작됐다.

카스피 대사는 유대인들은 하누카 기간에 거창한 행사를 벌이기보다는 가족과 모여 식사를 하고 선물을 주고받는다면서 가장 중요한 의식은 하누키야라고 불리는 촛불 점화식이라고 설명했다.

하누카 셋째 날 열린 이날 모임에서는 세 번째 촛불이 밝혀졌다. 매일 하나씩 촛불을 더하여 마지막 날에는 모두 8개의 촛불이 켜진다. 촛불 아래서 참석자들은 하누카 음식인 감자 팬케이크 라스크와 도넛 서스가니욧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날 모임에서 단연 눈에 띈 것은 이슬람 국가인 이집트, 모로코 등 이슬람권 대사들. 모하메드 레다 카멜 엘 타이피 이집트 대사는 두 나라의 외교관계가 서먹할지 몰라도 이스라엘 대사와는 개인적인 친분이 두텁다며 이슬람교이건, 유대교이건 평화와 화해를 가르친다는 것은 똑같지 않느냐고 말했다.

유대인 출신 대사들도 많이 참석했다. 늦게 도착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대가족을 이끌고 오느라고 늦었다고 농담을 건넸다. 버시바우 대사는 부인 리사 여사, 두 아들 그레고리와 벤저민, 여기에 벤저민의 여자친구 셰리까지 이날 참석자 중 가장 규모가 큰 축하 사절단을 끌고 왔다. 버시바우 대사는 외교관 생활로 바쁘지만 유대 풍습을 지키려고 노력한다면서 두 아들이 13세 되던 해 바트 미츠바(Bat Mitzvah유대교 성년식)를 열어줬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축제의 기간을 보내는 것은 유대인뿐만이 아니다. 영국과 영연방 국가들은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26일 박싱 데이(Boxing Day)를 기념한다.

박싱 데이는 종교적 배경을 가진 축제일은 아니다. 환경미화원, 신문배달원, 집배원과 불우한 이웃들에게 한 해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선물 상자(Gift Box)를 건네준다는 의미에서 유래된 이름. 19세기 중반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 시작된 풍습으로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공식 휴일이므로 공공기관은 일제히 문을 닫는다. 이 나라들의 한국 주재 대사관도 26일 모두 업무를 쉬었다.

박싱 데이를 기념해 구호단체에 선물을 기부하는 이들도 있지만 영국과 영연방 국가의 대다수 국민에게 이날은 크리스마스 직후 세일 상품을 구매하는 쇼핑 휴일로 더 유명하다.

서울 중구 정동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신년을 맞고 있다.

러시아에서 신년은 가장 긴 연휴 중 하나. 새해에도 1월 9일까지 공식 휴일이다. 이런 국내 일정에 맞춰 러시아 대사관도 10일에야 문을 연다. 상당수의 러시아 외교관들은 이 기간 중 고국을 다녀오거나 제3국으로 여행을 떠날 예정. 본인은 서울에 남아도 가족은 휴가를 떠나는 경우도 많다. 대사관과 직원들이 모여 사는 직원아파트는 한산해질 수밖에 없다.

6월 부임 후 처음으로 새해를 맞게 된 글레브 이바셴초프 대사는 연휴 동안 한국에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관측은 대사가 가족과 함께 신년 연휴를 조용히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대사관 차원의 공식적인 송년 파티도 열지 않을 계획. 하지만 몇몇 외교관 가족들은 31일 밤 러시아식의 간단한 새해맞이 파티를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식 트리인 욜카도 꾸미고 자정에 샴페인을 터뜨리며 축하 인사를 나눈다.

1월 7일은 러시아정교의 성탄절이다. 성탄절 이브인 6일 밤 상당수 직원들은 가족과 함께 서울 마포구 아현1동의 정교회 성당인 성()막심 성당에서 열리는 성탄 축하 예배에 참석할 예정이다.



정미경 김기현 mickey@donga.com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