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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씨 어제 미국행

Posted December. 27, 200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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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년 혹은 2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주 한국에 들어올 것이다. 괜히 (기간을) 못 박아서 거기 매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한국학과의 초청을 받아 체류 작가 자격으로 머물 예정이며 그간 완성을 미뤄 온 작품들에 본격적으로 손을 댈 계획이다. 그는 우선 지난해까지 인터넷 소설 사이트인 e노블타운에 실어 오던 호모 엑세쿠탄스를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설은 신성()스러운 초월자들을 처형하는 인간 집단을 다룬 작품으로 그의 출세작 사람의 아들의 연장선에 있는 대작이 될 것으로 큰 기대를 모아 왔다. 하지만 2003년 연재를 시작한 뒤 지난해 초 16회분을 끝으로 e노블타운의 사정 등으로 중단된 채 남아 있다.

또한 이 씨는 유일한 대하소설인 변경(전 12권) 후속편의 구상을 미국에서 마무리하고 오래잖아 집필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후속편은 1980년대를 다루는 또 다른 그의 대하소설이 될 예정이지만 변경과 달리 정치 사회 문화를 소재로 한 3부가 별개의 소설을 이룬다.

변경에 나온 명훈 형제들이 다시 나올 겁니다. 운동권 학생이 된 명훈의 아들이 노동운동을 하는 명훈의 매부와 만나 사회운동에 나섭니다. (양공주) 영희는 복부인으로 부동산 투기에 나서고, 작가가 된 인철의 눈을 통해 문화계, 특히 문단의 모습이 전해질 겁니다.

변경 후속편은 이 씨의 후기 작품세계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기 이천시에 있는 그의 자택을 지난주 찾아갔을 때 같은 뜰을 쓰는 부악문원은 신춘문예 투고를 마친 숙생들이 귀향해서 비어 있었다. 그는 미국 가서도 쓸 동아일보 연재소설 큰 바람 불고, 구름 일더니를 위해 돋보기안경, 중문사전과 자치통감, 사기, 한서 등을 여행가방에 챙겨 넣고 있었고 둘째아들 내외가 전기밥솥과 믹서를 마련해 왔다. 부인 박필순(57) 씨와 둘이서 미국으로 가는 이 씨는 방이 두 개인 단출한 집을 구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가면 지명도나 작품이 국제화될 기회도 많아지는 게 아니냐고 묻자 손을 내저으면서 정말 그런 건 염두에 두고 있지도 않다. 문학이 읽히는 건 자연스러워야지 무슨 캠페인 하듯이 해서 되는 게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는 재작년 영국에 두 달가량 머문 적이 있으나 이번 같은 해외 장기체류는 처음이다.



권기태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