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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종교계의 정권퇴진 운동으로 번진 사학법 파동

[사설] 종교계의 정권퇴진 운동으로 번진 사학법 파동

Posted December. 15, 200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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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사립학교법에 대한 반발이 종교계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천주교가 종교계에선 처음으로 정권퇴진 운동을 선언했다. 천주교는 어제 대책회의를 열고 대통령이 이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달라고 촉구하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법률불복종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주교 측은 법률불복종 운동에 대해 엊그제 가톨릭학교연합회가 선언한 정권퇴진 운동과 같은 의미라고 설명했다. 개신교는 이에 앞서 거룩한 순교의 각오로 일어설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과거 반독재 투쟁 과정에서도 종교정신에 입각한 온건 합리적 방식으로 입장을 피력해왔던 천주교가 정권퇴진 운동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을 선택한 것은 해방 이후 처음 있는 일로 충격적이다. 천주교는 이날 성명을 통해 새 사학법은 사립학교가 이 땅에서 수행했던 사회적 역할을 무시하고 그 권한과 명예를 탈취하는 처사이며 사학의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선언에는 엊그제 김수환 추기경이 언급한 대로 교육 자체가 잘못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넘어 좌편향 교육으로 국가의 정체성과 헌정 질서가 흔들릴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 천주교가 해온 합리적인 의견 표명방식으론 대처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새 사학법은 개방형 이사제 말고도 여러 독소조항을 끼워 넣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와 권력이 사학에 강력한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교육부 내부에서도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지나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 관리들은 여당의 사학법 개정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돼 뒤늦게 법안 내용을 구해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잘된 법이라고 추켜세우는가 하면 위헌 요소가 있는 조항은 시행령에서 보완하면 될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모법에 문제가 있는데 시행령으로 보완한다고 해서 얼마나 달라지겠는가.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해야 한다. 사학법 반대를 일부의 기득권 지키기로 몰아세울 일이 아니다. 정권퇴진 운동에까지 이른 종교계 반발이 정권의 정당성과 국가운영 방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표출한 중대 사태임을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