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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 뭉툭 미와 욕망의 결합

Posted December. 03, 2005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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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은 구두가 만든다는 말이 있듯 구두는 패션의 완성이다.

더구나 현대 여성들에게 구두는 슈어 홀릭(shoeaholic)이란 신조어가 상징하듯 단지 패션이 아니다.

일찍이 많은 정신분석학자들은 몸의 가장 낮은 곳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구두를 아름다움과 욕망이 결합된 섹슈얼리티의 상징으로 보았다.

4명의 독신 여성 뉴요커를 등장시켜 인기를 끈 미국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주인공 사라 제시커 파커는 (비록 남자를 구두보다 더 자주 바꾸긴 하지만) 도둑이 들어도 제발 구두만은 안돼!라고 외치는 구두 신봉자다.

마돈나는 구두가 섹스보다 더 좋다고 허풍을 떨었고 메릴린 먼로는 여자라면 누구나 하이힐에 신세를 지고 있다며 하이힐을 극찬했다.

비틀스가 신었던 첼시 부츠는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책은 구두를 코드로 한 역사서다. 중세에서 현대에 이르는 당대를 풍미했던 구두와 구두 장식의 역사를 살핀 일종의 미시사()다.

구두는 신분과 지위가 명확했던 시절 이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수단이었다. 중세에는 신분에 따라 구두코의 길이를 제한하는 법()이 있었고, 르네상스 귀족들은 오물과 진창에서 신발을 보호하기 위해 덧신을 신고 다녔다.

프랑스 시민혁명으로 신분과 지위가 철폐되면서 구두는 호사스러운 치장에서 벗어난다. 여름용 샌들도 프랑스혁명의 산물이다.

구두에 대한 여성들의 집착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14세기 여성들은 뒤뚱거리면서도 굽 높은 구두를 신었고 18세기 여성들은 발가락이 비틀어져도 좁은 구두를 신었다.

책에는 다양한 구두의 기원도 소개된다.

가죽구두의 외양을 부드럽게 만드는 무늬기법의 하나인 슬라이스 무늬는 헨리 8세 시절 일어난 전쟁 중 전투복의 칼자국에서 유래한 것이다.

부츠는 17세기 찰스 1세가 승마용으로 신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저자들은 150년 전통의 세계 최대 장식예술 박물관으로 유명한 영국의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에서 직물의상분과 큐레이터를 맡고 있다.

박물관이 소장한 다양하고 화려한 구두를 90여 컷의 컬러 사진에 담아 시각적인 효과가 돋보이도록 했다.



허문명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