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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선전과 홍보

Posted October. 29, 2005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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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의 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는 거짓말도 큰소리로 반복하면 대중이 믿게 된다고 주장했다. 큰 거짓말 이론이다. 선전(propaganda)은 이처럼 특정한 정치적 목적에 대중을 끌어들이기 위해 감정에 호소하고 필요하면 거짓말도 동원하는 부정적 방식이다. 반면 현대 민주국가에서 말하는 홍보(publicity)는 정확한 정보 제공을 통해 호의적 여론을 조성한다는 긍정적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러나 선전과 홍보의 경계는 애매하다. 취재원 공개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85일간 구속당해 영웅 대접을 받았던 미국 뉴욕타임스의 주디스 밀러 기자도 정부 선전 공작의 희생자임이 뒤늦게 밝혀졌다. 그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결정 전 백악관의 딥 스로트(Deep Throat)를 인용해 여러 차례 보도한 이라크 정부의 대량살상무기(WMD) 보유 의혹 기사가 정부의 정보흘리기에 놀아난 것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최근 회사 내부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선전방식은 여러 가지다. 복잡한 논란의 단순화나 논점 바꾸기도 동원된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가 장인의 좌익활동 시비에 대해 그러면 사랑하는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라고 응수해 논란의 증폭을 차단한 것도 그런 범주에 속한다. 거짓말에는 그럴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가 있다는 말처럼 통계조작도 상투적 수법이다. 831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에 앞서 정부는 인구 상위 1%가 전체 사유지의 51.5%를 갖고 있다는 엉터리 통계를 내놓았다.

정부가 특정언론에 대한 공무원 기고를 금지시키고 일부 부처 홍보담당자들은 정정보도 실적을 올리기 위해 신문기사를 인터넷으로 조회해 오류를 발견하고도 못 본 척하는 일까지 있다고 한다. 이 와중에 조기숙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노 대통령이 국민을 속이는 일이라며 경제를 챙긴다는 이미지 만들기에 거부감을 보인다며 홍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참여정부는 아무래도 선전과 홍보를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홍보의 출발점은 진실이다.

이 동 관 논설위원 dk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