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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졸전 본프레레 어찌하나

Posted August. 09, 2005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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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한국 축구, 대안은 무엇인가.

한국 축구가 시름에 빠졌다. 한국 대표팀이 2005 동아시아연맹축구대회에서 라이벌 일본에 패하는 등 잇따른 졸전 끝에 최하위에 머물자 팬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는 것. 축구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선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을 비난하는 글이 넘쳐 나고 그의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2006 독일 월드컵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태에서 감독을 바꾸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는 데 고민이 있다. 새 감독이 올 경우 다시 선수단 파악 및 구성을 위한 실험으로 남은 시간의 대부분을 보낼 것이기 때문이다.

조직력 -선수기용 문제 언제까지 실험할거냐

대한축구협회 이회택 기술위원장과 강신우 부위원장은 8일 마라톤 회의를 하면서 현 단계의 대책을 논의했다. 그러나 성급한 결론은 자제했다. 강 부위원장은 워낙 민감한 시점이라 어떤 발언도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것. 기술위원회도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

축구계에선 본프레레 감독에 대한 아쉬움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대표팀 수석코치를 지낸 허정무 전남 드래곤즈 감독은 전체적으로 조직적인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데다 선수 기용에서도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면서도 이번 대회엔 해외파들이 빠졌기 때문에 전력이 약화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해성 부천 SK 감독은 월드컵 예선서부터 지적된 조직력 부재 등 문제점들이 계속 남아 있다. 본인이 문제점을 철저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본프레레 감독은 선수들을 계속 실험하고 있다는데, 이제는 선수를 모른다고 할 시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축구협 경질 능사 아니다 문제점 개선 힘써야

그러나 감독 경질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 우세하다. 신중론의 근거는 대안 부재. 본프레레 감독 대신 외국의 손꼽히는 명장을 데려오려면 너무 늦은 데다 각종 계약 문제로 쉽지가 않다. 그렇다면 국내 감독으로 새 체제를 꾸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누구를 감독으로 선임하느냐도 뜨거운 감자. 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감독 경질이 능사는 아니다. 현 단계에서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의 시각은 어떨까. 아시아 축구를 10년간 취재했다는 영국 PA통신사의 홍콩 특파원 마이클 처치 기자는 한국은 이번 대회에 박지성 이영표 등 해외파가 빠졌고, 신인을 실험했다. 신인 5명을 투입해 2명만 발굴해도 성공이라고 말했다. 성적보다는 신인 발굴에 성공했느냐를 대회 성패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

수석코치 부활 전지훈련-장기소집 지원 급해

아사히신문의 나카코지 도루 기자는 일본 지코 감독도 처음엔 자질론에 시달렸지만 점차 그 비난이 줄어들고 있다며 본프레레 감독을 지금 경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많은 축구인들은 본프레레 감독의 문제점을 과감히 지적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수석코치 제도를 부활하자는 의견이 축구협회 내에서 논의되고 있다. 또 전지 훈련과 장기 소집 등 대표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오래전부터 제시되고 있다.



이원홍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