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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이 좀 늘었냐고요?

Posted July. 28, 200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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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나아지고 있다고요? 근데 왜 내 주변에는 다들 못 살겠다는 사람들밖에 없죠?

서울 남대문시장 근처에서 10년 넘게 일식집을 운영하는 김모(52) 씨는 요즘 사업을 그만둬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주5일 근무제와 접대비 실명제 여파로 저녁 술장사는 기대를 접은 지 오래다. 점심시간 손님마저 줄어 매출이 작년보다 30%가량 감소했다.

여기서 가까운 북창동 술집도 최근 4곳이나 문 닫았다고 하더군요. 투자비만 건지면 장사를 때려치우겠다는 상인들이 많습니다.

올해 상반기 국내총생산(GDP)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 증가했다지만 밑바닥 경제에는 훨씬 매서운 삭풍()이 불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피부로 느끼는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은 올해 들어 계속 0%대에 머물렀다.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은 싸게 팔고 비싸게 사는 수출입 구조가 굳어지는 데다 국내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소득 상반기 20조6000억 원

지표와 현실 간의 괴리가 커진 데에는 교역조건이 악화된 이유가 크다.

올해 2분기(46월)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무역손실은 10조5249억 원으로 종전 최대기록이었던 1분기(13월) 10조756억 원을 갈아 치웠다.

실질무역손실이란 수출가격은 싸진 반면 수입가격은 비싸져 수출로 벌어들인 돈의 실질 구매력이 얼마나 감소했는지를 나타낸 것. 바꿔 말하자면 잃어버린 소득이라 할 수 있다.

올해 들어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휴대전화의 수출가격이 치열한 경쟁으로 떨어진 반면 유가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2분기 교역조건을 반영한 GDI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0.2%에 그쳐 1분기 0.5% 증가에 이어 계속 0%대에 머물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본부장은 GDI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의 소비여력이 약하다는 증거라며 하반기 내수경기 회복에도 큰 제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씀씀이는 커지고, 국내 소비는 잠잠

국내소비 부진도 체감경기가 싸늘한 이유로 꼽힌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2분기 경제성장률이 3.3%에 머물렀지만 민간소비가 2년 반 만에 최고치인 2.7% 늘어난 것은 주목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국민들의 체감경기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해외소비까지 포함돼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한은에 따르면 2분기 가계의 국내소비는 83조6444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해외소비는 작년 2분기 2조4513억 원에서 올 2분기 3조1822억 원으로 29.8% 증가했다. 해외여행과 유학, 연수 등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중앙대 홍기택(경제학) 교수는 해외소비가 국내 생산 활동에 기여하는 것은 거의 없다며 국내소비가 증가할 수 있도록 교육, 의료, 관광 등의 서비스산업을 고급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차지완 정경준 cha@donga.com 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