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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좋은 분위기에 얻은 것 없는 장관급 회담

[사설] 좋은 분위기에 얻은 것 없는 장관급 회담

Posted June. 24, 2005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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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차 장관급 회담이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의 평양 대화를 재확인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회담에서는 실질적인 진전보다 이벤트적인 변화가 앞섰다. 남북 간에 원탁회의 방식이 처음 도입되고, 23일 양측 단장인 정 장관과 권호웅 내각책임참사가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동보도문을 발표한 것이 그렇다. 이 또한 발전이라면 발전이다.

그러나 실질적 관심사였던 북핵문제와 6자회담 복귀, 국군포로 및 납북자 송환 문제 등에서는 별 진전이 없어 구체적 합의가 불발에 그쳤다. 비핵화()를 명문화하자는 남측 요구에 대해 북측은 비핵화가 김일성 주석의 유훈임을 김 위원장이 이미 밝혔다는 말로 비켜갔다. 7월중 6자회담 복귀에 대한 구체적 확답도 없었다. 북측은 오로지 식량 지원을 받는 데만 매달려 결국 예년 수준인 40만 t의 쌀 지원을 얻어냈다.

굶주리는 북한주민들을 생각할 때 인도적 차원의 식량지원에 반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북측이 일방적으로 받기 위해 좋은 분위기를 띄운 회담이자, 남측이 주기만 하면서 덩달아 들뜬 회담이 되고 말았다는 국내외의 평가를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 적지 않은 국민 사이에서 북한의 핵 비켜가기 전술에 이용당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나, 미국 행정부 일각에서 정 장관이 북한의 대변인으로 전락했다는 혹평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더욱이 홍석현 주미대사는 22일자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회견에서 정 장관이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서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정 장관은 17일 (우리 측의) 중대제안을 설명했고 김 위원장이 연구해서 답을 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평양 면담뿐 아니라 이번 장관급 회담에서도 양파껍질처럼 더 까야 할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된다. 이미 본란에서 지적한 대로 정부가 국내외에 감추고 있는 물밑흥정이 있다면 그것은 더 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