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외교•안보, 결국 사람이 문제다

Posted June. 07, 2005 06:29,   

ENGLISH

사의를 표명한 고영구 국가정보원장 후임 인선이 늦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3배수의 후보를 놓고 막판 검증작업 중이라고 한다. 인선 결과에 따라 외교안보팀도 일부 개편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화급한 북한 핵문제의 해결과 한미동맹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국민이 믿고 안심할 수 있는 인물들로 팀이 짜여졌으면 한다. 외교안보도 결국 사람이 문제다.

현 정권 출범 이후 외교안보의 중심축인 한미동맹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낸 것도 사람을 잘못 쓴 데 큰 원인이 있다고 우리는 본다. 대통령과의 친소()관계나, 이념적 동질성 여부를 떠나 국제정세를 정확히 읽고 실사구시()의 자세로 한미동맹을 관리할 수 있는 인물을 중용했더라면 불필요한 갈등과 마찰을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평소의 관심 분야로 미루어 국제정치의 흐름에 정통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인물들이 관련 정보와 기구를 총괄함으로써 오히려 불신만 키웠다는 지적은 타당성이 있다. 인권변호사 출신이 국정원을 맡아 국정원의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됐는지는 모르지만 끝내 한국은 믿을 수가 없어서 정보를 공유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평생 북한만 들여다본 학자가 하루아침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책임자가 돼 협력적 자주국방 동북아 균형자 등 설익은 구상들을 쏟아 냄으로써 한미동맹의 이완()을 부채질한 것도 사실이다.

차제에 NSC가 중심이 되는 외교안보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재정비가 있어야 한다. 대통령자문기구로서 외교통상부 국방부 통일부 간의 정책조정에 그쳐야 할 NSC가 이들 부처 위에 군림하면서 구체적인 정책의 집행까지 맡고 있는 체제는 분명 잘못됐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이념적으로 편향되지 않은 인물, 전문성과 다양성을 겸비해 어떤 상황에서도 국익 우선의 원칙을 지키고 실천할 인물을 찾아서 써야 한다. 감상적 자주()와 시대착오적 반미()에 영향 받았을 개연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인물에게 국가의 안위를 맡겨서는 결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