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전경련이 왜 정부 품속에 있어야 하나

[사설]전경련이 왜 정부 품속에 있어야 하나

Posted April. 08, 2005 23:38,   

ENGLISH

정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경제 살리기를 위해 협력하고 힘을 모으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시장경제 활성화와 기업 환경 개선을 위해 전경련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야 할 때도 있다. 전경련이 정부 눈치나 살피고 기업의 어려움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면 정부 실패를 예방할 기회를 놓쳐버릴 수도 있다.

과학기술부 차관 출신인 조건호 전경련 부회장은 7일 정부와 대립해서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고 말했다. 조 부회장이 정부를 설득해 가며 일해야 한다고 말한 뜻은 이해된다. 그러나 전경련이 정부 정책에 맞장구나 치는 역할에 머무른다면 관변단체와 다를 바 없다는 경제계의 의견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부가 경제정책 수립에서 오판하는 일이 없도록 분명하게 의견을 말하는 것이 정부의 입에는 쓰지만 몸에 좋은 약이 될 수 있다.

최근 전경련은 성장 우선을 강조하며 경제정책의 좌() 편향을 비판해 온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을 물러나게 했다. 전경련 전무에는 하동만 전 특허청장을 앉혔다. 과연 얼마 전까지 정부에 몸담았던 이들이 기업들의 속사정을 바로 알고 정부에 할 말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경련은 지난 역사에서 단순히 이익단체 차원을 넘어 기업과 시장 환경의 개선을 위해 적지 않은 일을 해냈다. 정권 교체기에 정치권과의 음성거래가 드러나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통해 한국 경제를 견인해 오늘의 성장을 이뤄낸 공이 크다. 이 정부 들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인프라를 튼튼히 하기 위해 반()시장정책을 비판하고 기업의 역할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사회저변에 확산시키는 데도 한몫했다.

일본 재계의 경단련()이 기업의 의견을 모아 정부에 전하는 발신자() 역할에 충실한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전경련의 기능이 더 위축돼 수신자()의 기능에 자족한다면 한국 경제에는 불행한 사태다. 전경련은 시장경제의 건전한 파수꾼 역할을 적극적으로 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