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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대비물자계획 내년 폐기

Posted April. 08, 2005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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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해 한국에 비축해 놓은 전쟁예비물자(WRSA)의 유지에 관한 프로그램을 폐기하겠다고 1년 전에 한국 국방부에 통보한 사실이 8일 밝혀졌다.

WRSA의 약 99%는 전시 대비 탄약으로 만일 미국이 이를 전량 반출할 경우 한국의 전쟁수행능력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미국이 이 같은 방침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한국 정부는 이를 1년간 공개하지 않은 것이 한미 군사협력관계의 이상기류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WRSA 프로그램의 폐기=8일 주한미군에 따르면 지난해 5월 폴 울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은 조영길()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2006년 12월까지 WRSA 프로그램을 폐기하겠다는 서한을 보냈다.

미국은 한국의 경제력을 감안할 때 WRSA의 필요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젠 안보에 필요한 비용을 한국이 부담해도 될 만큼 한국의 경제력이 커졌다는 논리다.

미국은 이미 2000년부터 한국 측에 WRSA의 처리 문제를 계속 제기해 왔고, 현재 이에 관한 법안이 미 의회에 계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WRSA의 대외판매 폐기 반출은 미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또 다른 한미 갈등인가=주한미군은 WRSA 계획 폐기가 최근 한미간 방위비분담금 협상과는 무관하다며 한미 군 당국간 불화설을 경계했다. 또 미국이 한국에 WRSA의 구매를 요구했다는 최근 일부 언론의 보도는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도 WRSA에 포함된 탄종은 국내 생산이 가능하고 대부분 20년이 넘은 구형탄이라 관리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석연치 않은 대목도 적지 않다. WRSA 탄약은 유사시 예상되는 전시 탄약 소요량의 60%를 차지하고, 이를 제외한 한국군의 전시 탄약은 비축목표량의 6분의 1수준인 10일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너무나 잘 아는 미국이 한국의 안보 불안을 초래할 수 있는 WRSA 프로그램 폐기를 민감한 시기에 들고 나온 것은 다른 속사정 때문일 수 있다는 것.

지난해 한미가 전술지휘통제(C4I) 체계의 건설비용 문제로 이견을 빚은 것과 같은 맥락에서 미국이 더 이상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를 불허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일각에선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 대신 110억 달러를 투입해 주한미군의 전력을 증강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WRSA 프로그램을 폐지하려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윤상호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