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다국적 불량식품 우리 아이 노린다

Posted March. 21, 2005 22:40,   

ENGLISH

최근엔 중국 동남아 아프리카 등에서도 어린이 기호식품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으며, 유통경로가 점점 더 복잡해지면서 위생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건당국이 이들 식품에 대해 정밀 위생검사를 벌인 결과 중금속, 유해색소, 세균 등이 무더기로 발견돼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수많은 어린이가 즐겨 먹는 기호식품의 제조 및 유통 과정, 위생 상태를 살펴본다.

누가 만들어 어떻게 팔리나=21일 인천 계양구의 한 주택가. 허름한 집 한 구석에 쥐포에 양념을 한 뒤 기계로 눌러 만드는 양념포 제조공장이 있다. 공장이랄 것도 없이 주인과 주부직원 등 2명이 양념포를 찍어내느라 여념이 없다. 찍어낸 양념포는 별도의 포장 없이 바구니에 수북이 쌓였다.

취재팀이 유통기한을 묻자 주인은 유통기한은 따로 없다며 우리보다 중국산이 위생상 더 문제라고 말했다.

수입품은 대부분 선박을 통해 들어와 일단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검사를 거친다. 그러나 문제는 유통 과정이다. 통관검사 후 중간도매상을 몇 단계 거쳐 아이들의 입에 들어가기까지 길게는 수개월씩 걸린다.

1차 도매상들은 구입한 식품을 지방의 야산 등에 만든 창고에 쌓아 놓는다. 그러면 서울의 경우 청량리시장 등 대형 도매시장에 거점을 두고 있는 2차 도매상들이 찾아와 사간다.

중간도매상인 D유통 이모(37) 사장은 몇 년 전부터 불경기 때문인지 이윤은 작지만 꾸준히 팔릴 것으로 보이는 아이들 기호식품 취급 도매상이 급격히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3차 도매상이 물건을 받아 트럭에 싣고 다니며 문구점 등에 판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A초등학교 앞 가게 주인 H 씨는 도매상들이 이틀에 한번씩 오면 한번에 2만3만 원 어치를 사는데 우리 동네는 아이들이 워낙 좋아해 하루 이틀이면 다 팔린다며 하지만 쥐포 등은 유통기한이 따로 안 써 있어 조금 걱정이라고 말했다.

위생상태 분석 결과=한국소비자연맹 인천지회와 인천시보건환경연구원은 최근 인천지역 15개 학교 주변에서 팔리는 기호식품 150여 개를 수거해 위생 실태를 조사했다. 이 결과 절반 이상에서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세균과 중금속 등이 검출됐다.

문어다리, 오징어다리 등의 경우 9종 가운데 8종에서 세균(미생물)이 검출됐는데 많은 것은 mL당 20만 CFU(Colony Forming Unit세균 등 군집 개체수의 단위)에 이르렀다. 보통 음용수에서 검출되는 세균이 100CFU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

입에 대고 윗부분을 누르면 단물이 분사되는 중국산 요술스프레이에서는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는 양인 100만 CFU가 검출됐다. 우유 맛이 나는 홍콩산 매직 팝핑의 비닐용기에서는 기준치(100ppm)를 무려 6.4배 초과한 639.1ppm의 납이 검출됐다. 껌, 캔디 등에서도 비록 기준치 이하지만 납, 카드뮴 등 중금속이 검출됐다.

광주에서는 최근 학교 앞에서 팔리는 국적 불명의 사탕류에서 적색2호 색소가 검출됐다.

광주시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밝고 진한 색깔로 아이들의 눈을 현혹시키는 적색2호 색소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알레르기, 천식 유발 및 발암물질로 분류돼 있어 식용으로의 사용이 금지돼 있다고 말했다.

인천 가천의대 길병원의 가정의학과 이규래(44) 주임교수는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중금속이 포함된 식품을 오랫동안 먹어 체내에 축적될 경우 성장판에 영향을 줘 발육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단기적인 증상으로는 장에 염증이 생기고 심하면 시력 저하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차준호 문병기 run-juno@donga.com weappon@donga.com